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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두산-한화 승부 가른 공 하나의 선택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5-26 06:10


2014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5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4대4로 맞선 5회말 1사 2,3루에서 좌중월 3점 홈런을 친 양의지가 홍성흔과 격한 포옹을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4.05.25/

2014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5일 잠실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두산 1회말 공격 칸투가 자신의 파울 타구를 잡기 위해 달려간 한화 포수 정범모에게 마스크를 주워 건네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4.05.25/

많은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은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라는 명제를 절감한다. 미묘한 흐름 하나 하나가 모여서 세밀한 차이를 만들고,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25일 잠실 두산과 한화의 경기. 이미 2연전 동안 그랬던 두산과 한화의 타격전은 이날도 식을 줄 몰랐다. 두 팀의 타격 사이클이 워낙 좋았다.

평범한 이치지만, 이런 상황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득점 찬스에서 1점이라도 적게 주고, 1점이라도 많이 뽑아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말이지만,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실제 상황에서는 복합적인 대처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흐름을 넘겨줄 수 있는 미묘한 상황이면 더욱 신중하면서도 기민하게 대처하는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한화의 3회말 선택은 아쉬웠다. 3-0으로 앞서있던 한화. 하지만 선발 송창현은 두산 타선을 봉쇄할 수 없었다.

두산은 폭풍같은 공격을 했다. 민병헌과 허경민의 연속 안타로 1점을 얻어낸 두산은 칸투의 우월 2루타로 또 다시 추가점을 뽑았다. 1사 3루에서 3-2로 한화가 앞서 있는 상황.

동점을 내주는 것은 괜찮았다. 심리적인 우위가 무너지긴 했지만, 한화 역시 폭발적인 타격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석에는 홍성흔이었다. 최근 좋지만, 1회 1사 만루 상황에서 병살타를 기록했다. 노련한 홍성흔은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설정하고 있었다. 희생플라이가 1차 목표라는 부분이 노골적으로 보였다. 풀카운트에서 한화 배터리의 선택은 정면승부였다. 결국 적극적인 타격자세를 취하고 있던 홍성흔은 그대로 배트가 나갔고, 중전 적시타가 터졌다.

한화로서는 최악이었다. 이유가 있다. 다음 타자는 양의지였다. 좋은 타격 컨디션을 가지고 있었지만, 병살타 가능성도 그만큼 많았다. 홍성흔과 양의지 모두 발이 느리기 때문이다.


결국 홍성흔을 거르더라도 두산으로서는 압박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부담감이 없어진 양의지는 우월 2루타를 기록하며 역전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물론 이전 상황에서 송창현은 폭투를 했다. 2루 주자 칸투는 그 사이 3루를 훔쳤다. 때문에 변화구를 낮게 구사할 경우 폭투의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한화 정범모는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포수로서 능력은 많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화의 정면승부는 많이 아쉬웠다.

두산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7-4로 앞선 6회 한화의 타격은 또 다시 폭발했다. 정범모와 이용규, 그리고 김경언의 연속안타와 김태균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2득점, 6-7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타석에는 피에. 투수는 윤명준이었다. 이 승부가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24일 경기에서 한화는 7점차를 뒤집는 괴력을 발휘했다. 피에가 동점을 만든다면, 분위기는 당연히 한화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마운드의 윤명준은 전날 2실점하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때 두산 포수 양의지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피에 대신 후속타자 송광민과 맞대결을 선택했다. 실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확률높은 선택. 때문에 양의지는 윤명준에게 줄기차게 떨어지는 커브를 요구했다. 폭투가 나오긴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풀카운트에서 윤명준의 커브가 제대로 떨어졌고, 피에의 방망이는 헛돌았다. 가까스로 두산은 자신의 흐름을 지켰고, 한화의 거센 추격은 한 풀 꺾였다. 결국 9대6,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보이진 않았지만, 한화와 두산의 극과 극 선택이 승부처에 미친 영향력은 결정적이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이 이런 미묘한 흐름을 모를 리 없다. 그는 두산과의 2연전에서 나온 뼈아픈 실책들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쩔 수 없지. 공격에서 만회하는 게 더 낫지"라고 했다. 기계적인 공격야구가 아니라 현재 한화의 전력을 감안했을 때 수비 실책을 줄이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잘되는 공격을 강조하는 게 종합적으로 낫다는 의미. 단기간에 수비능력이 발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 사실 승부처에서 한화와 두산의 극과 극 선택도 마찬가지다. 한화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면서도, 단기간에 고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승부처에서 대처능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한화의 행보다. 이런 아픈 경험을 제대로 흡수하고 조금씩 고쳐나가는 게 중요하다. 조금씩 발전해가는 한화. 하지만 여전히 세밀함이 떨어지는 한화의 숙제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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