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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이었던 지난 2월,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때였다.
홍성흔은 일부 두산 팬의 '냉담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붙은 달갑지 않은 별칭을 알고 있었다. '홍무원'이었다. 그의 이름과 공무원(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기용한다는 의미)이 합쳐진 비난섞인 별명이었다.
"그럼 '풀무원'은 아는냐"고 물했다. 풀스윙과 공무원이 합쳐진 또 다른 버전의 별명. 그는 설명을 들은 뒤 얕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내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 대한 욕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가 잘 못하니까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가족에 관련된 비난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항상 쾌활한 그였지만, 올 시즌 칼을 갈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할 부분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칸투가 좋다. 4번을 치면서 중심을 잡을테니까, 나는 올 시즌 밀어치기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홍성흔은 11일 잠실 삼성전에서 홈런을 때렸다. 경기가 끝난 뒤 환호하는 두산 팬에게 너무나 유머러스하면서도 인상적인 각오를 남겼다. 그는 "이제 '홍무원'이 되지 않겠습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불꽃같은 타격감을 자랑한다. 14일 인천 SK전 5회 1사 1루 상황에서 완벽한 풀스윙으로 투런홈런을 쳤다. 3-2로 앞서던 두산은 홍성흔의 홈런으로 안정적인 리드를 이어갔다. 3경기 연속 홈런이다. 그리고 8회 또 다시 솔로홈런을 날렸다.
올 시즌 그의 타격은 순도가 높다. 팀이 꼭 필요한 시점에서 의미있는 안타와 홈런을 계속 생산한다.
3할이 넘는 고타율, 10홈런, 26타점의 기록보다 더욱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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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시즌 홍성흔에 대한 비판은 가혹한 면이 많았다. 그는 'FA'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 2할9푼9리, 15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타격의 결정력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시즌 초반 결정적인 순간에 몇차례 병살타를 쳤는데, 이런 부분이 팬의 뇌리에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득점권 상황에서 2할9푼7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냉정했던 비판의 가장 큰 원인은 외부 상황이었다. 지명타자 홍성흔이 들어오면서 최준석과 김동주 등이 출전에 제한을 받았다. 게다가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내준 중간계투 김승회가 롯데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두산은 중간계투진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홍성흔에 대한 비판이 가중됐다.
그러나 홍성흔은 주장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성적과 함께 팀의 리더로 두산의 끈끈한 조직력을 부활시켰다.
그에게는 극심한 부담이 있었다. 홍성흔은 14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처음 두산에 왔을 때 팬의 반응이 냉담한 걸 보고 많이 긴장했다. FA로서, 주장으로서 부담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노련하게 그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갔다.
올 시즌 그는 마음의 부담을 많이 덜었다. 칸투가 들어오면서 4번 타자로서 중책에서도 벗어났다. 결국 시즌 초반 매우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13일까지 그의 득점권 타율은 3할5푼5리다. 부담감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정력의 극적인 변화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