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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1 인터뷰] 임창용 "한국 포수 패턴 너무 비슷해"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4-05-14 06:39


삼성 라이온즈의 올 시즌을 예상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으로 떠난 오승환(한신) 공백을 얘기했다. "9회를 생각하느냐 안 하느냐는 천지차이"라며 최고 마무리가 없는 삼성이 계속 왕좌를 지킬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을 코앞에 두고 변수가 생겼다. '창용불패' 임창용(38)이 돌아온 것이다.

임창용은 지난 2008년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입단해 일본 무대를 평정한 뒤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승격은 쉽지 않았다. 결국 임창용은 마지막 선수생활을 위해 전격적으로 삼성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자 전문가들의 예상은 바뀌었다. 9개 팀의 춘추전국시대가 '1강' 삼성과 8중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임창용은 12일 현재 9경기에 등판해 2승6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1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승리를 지켜 한-일 통산 300세이브(한국 172세이브, 일본 128세이브)를 기록했다. 150㎞를 넘나드는 '뱀직구'는 여전했다. 시즌 초반 하위권이었던 삼성은 임창용이 마무리로 가세한 뒤 불펜진이 안정되면서 3위로 올라섰다.

7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에게 많은 선수들이 질문을 던졌다. 지난주 인천 문학구장에서 임창용을 만났다. 임창용은 질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시원시원한 대답했다. 항상 정면승부를 하는 임창용다웠다. 털털하고 긍정적인 성격이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슬럼프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고 이겨냈는 지 알고싶어요.(LG 신승현)

난 간단했다. 긍정적이었어. 원래 성격이 털털한 편이어서 슬럼프가 올 때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지. 아플 땐 '시간이 지나면 안 아프겠지' 이런 마음으로…. 특히 아팠을 땐 모든 것을 안했다. 팔이 아프면 운동을 아예 안하고 공도 전혀 던지지 않았지. 그러다가 안 아프면 던지고. 난 페넌트레이스를 할 때는 별로 아파본 적이 없었고, 수술을 하고 재활훈련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극복을 했어.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여름철에 체력이 안 떨어지게 하는 법이 있는 지 궁금하고요.(KIA 한승혁)

체력은 여름철이 되면 어느 선수나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잖아. 다같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만 떨어져도 나쁘지 않지. 여름에도 잘 먹고 잘 자면 되는 것 같아. 난 비위가 약해서 보양식도 못먹어. 아무래도 운동은 더 안해. 체력이 떨어지니까. 봄이나 가을에 했던 것보다 반정도로 줄여.

-마운드에서 항상 자신감있는 모습만 보이는데, 어떻게 마인드컨트롤 하는거죠.(롯데 김성배, KIA 한승혁)

그냥 성격인 것 같아. 내가 털털한 편이고 긍정적인 편이다. 성격 외엔 다른 특별한 방법은 없는데….

-첫 등판이 드라마틱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등판했는데요. 물론 비슷한 상황도 많이 경험했겠지만, 한국 복귀전이 1사 만루 동점에서 대타로 외국인 최고 타자로 평가받는 스캇을 만났는데요. 당시 심경이 어떠했고 어떤 전략을 가지고 등판했는지요.(SK 박정배·임창용은 지난 4월 13일 대구 SK전서 8-8 동점인 8회초 1사 만루에서 등판해 스캇을 상대했다. 당시 스캇을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잡았다)

원아웃 만루였기 때문에 삼진을 잡거나 병살 유도했으면 최고의 시나리오였지만 최악엔 1점을 줘도 된다는 마음으로 올라갔다. 스캇과는 서로 정보가 없으니까 일단 내가 가장 자신있는 공으로 승부하겠다라고 생각했어.

-이번에 보니 가끔씩 스리쿼터처럼 팔을 높게 올리고 던지는 경우가 있더라. 나도 그렇게 던져봤지만 스피드만 빨라질 뿐 다른 부분은 오히려 더 안 좋았다. 팔을 올린 이유가 무엇이고, 그 것이 일본과 미국 등 외국인 타자들과의 승부에 영향이 있는지 궁금하다.(SK 임경완·1년 선배)

형이 1∼2개만 던져보고 안 된다고 한거 아닌가요?(웃음) 저는 꾸준하게 연습을 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2006년인가 2007년에 경기중에 처음으로 시도했었죠. 타자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커트를 계속 해서 짜증이 나서 팔을 올려 세게 던졌어요. 높은 공인데 헛스윙을 하더라구요. '아! 이것도 간혹 쓸만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아서 던지게 됐습니다. 저도 처음엔 스피드만 빨라지고 다른 건 다 안 되더라구요. 계속 하다보니 감이 생겼죠. 팔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게 타자들 타이밍을 뺏는데도 좋죠. 일본과 미국에서 던지는 데 많은 도움을 줬죠.

-복귀 전, 그리고 복귀 후 한국 야구에서 가장 크게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무엇인가요.(두산 유희관)

관중수가 늘어난 것이야. 프로야구의 인기가 급격히 늘어났더라. 그런거 보면 한국 프로야구가 많이 발전했구나 싶어. 그리고 유희관 같은 투수도 볼 수 있어서 대단한거 같다.(웃음)

-일본과 미국을 거쳐 적지 않은 나이에도 그렇게 좋은 공과 몸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있습니까. (두산 정재훈)

글쎄. 부모님한테 좋은 신체조건을 물려받은 게 제일 크지 않을까. 그리고 안 아프면 되지 않을까한다. 부상만 없다면 모두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선배님, 좌타자를 상대하는 선배님만의 요령을 배우고 싶습니다.(NC 원종현)

그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 선수가 직접 느껴야 해. 나도 좌타자한테 약한 타입이었어. 많이 상대하고 많이 느끼다보면 좌타자에게서 약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같은 연배의 선수가 복귀해 너무 반가웠다. 이제 고참급으로 재회하게 됐는데, 구위는 여전히 20대더라. 날 만나면 살살 던져줄거라고 믿는다.(웃음) 한국시리즈 7차전 마지막 순간 타자와 투수로 만날 수 있을까.(두산 홍성흔·동기)

(환하게 웃으며)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살살 쳐줘. 그리고 우리가 한국시리즈에서 상대할지는 일단 한국시리즈 올라가서 얘기하자.

-지금 저와 호흡을 맞추는 경기가 많은 데 물론 아직 제가 부족한 점이 많죠. 일본의 포수들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합니다.(삼성 포수 이흥련)

이건 흥련이에게 따로 얘기해줘야 할 거 같은데….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몇몇 포수를 빼면 패턴이 똑같은 것 같아. 투수가 고개를 몇번 흔드냐에 따라 타자가 감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있어. 하지만 일본은 볼배합을 정말 잘해. 사실 포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잖아. 일본 포수들은 공부도 많이 하고 타자들의 습성이나 습관들을 다 파악하고 있어. 그런 게 좀 다른 것 같아.

-중학교 때까지 아리랑볼을 던지다 갑자기 볼이 빨라진 이유가 궁금해. 어떻게 중학교 때는 80㎞를 던지다 150㎞를 던지게 되었냐.(NC 이호준·해태 시절 1년 선배로 이호준은 광주일고, 임창용은 광주 진흥고를 나왔다)

(80이라는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에이. 80은 말도 안되죠. 80㎞는 초등학교 때나 던졌겠죠.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120㎞대 후반에서 130㎞대 초반을 던졌죠. 고2때까지 완전 언더핸드 투수였잖아요. 사이드암으로 올렸는데 볼이 140㎞가 넘게 나왔어요. 이거다해서 던지는데 점점 빨라지던데요. 근데 광주일고와 게임하면서 호준이형도 많이 상대했는데. 형도 봐서 잘 알텐데 왜 이 질문을 하는거예요?(웃음)

-한국, 미국, 일본에서 야구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텐데, 각 나라별로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나요.(넥센 이택근)

스트레스를 받아야 풀지. 별로 스트레스를 받은 건 없어. 각국의 문화가 다르니까 그때그때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도 재밌더라.

-광주가 그립지 않으신가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타이거즈 야구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앞으로 KIA랑 상대하게 될텐데, 다른 팀과 다르 게 더 신경 쓰이진 않나요.(KIA 양현종)

그립긴 그립지. 그러나 내가 처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난 삼성 선수니까 팀을 위해 뛰어야지. 그렇다고 고향팀이라 해도 봐주는 건 없어.

-옆에서 보면 지금도 몸매가 너무 좋은데 비결이 뭔가요.(삼성 안지만, LG 정현욱)

(쑥스럽게 웃으며) 그냥 체질인 거 같아. 먹어도 살이 별로 안쪄. 겨울에 살이 쪄봐야 2∼3㎏ 정도야. 그 정도는 스프링캠프 때 훈련하면 쉽게 빠지지. 그래서 유지가 되는 것 같아.

-3개국의 리그를 모두 경험하셨는데 일본과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선수들 실력이 과연 떨어지나요.(롯데 황재균)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떨어지지 않아. 선수들의 생각이나 환경적인 것 등이 좀 보완되면 우리나라도 메이저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우리 선수들이 아쉽게 프로의식이 좀 약한 것 같아. 아무래도 프로야구 선수들이면 프로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밖에서 생활할 때나 어디서든지 프로야구 선수다라는 자존심을 가지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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