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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 두산 송일수 감독, 다이내믹했던 용병술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5-14 06:35


2014프로야구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송일수 감독이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4.20/

인천 문학구장에 찍힌 최종 스코어는 9대6. 두산 13개, SK 10개의 안타. 겉으로 보기에는 난타전.

그런데 실제 경기는 좀 달랐다. 8회초 2사 김현수의 2타점 중전 적시타가 터지기 전까지 숨막히는 '1점 승부'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날 승부의 핵심은 SK의 역전 여부였다. 3회초까지 5-0으로 앞선 두산. 하지만 두 개의 홈런을 포함, 3, 5회 각각 2점씩을 얻어낸 SK는 5회말 5-4까지 추격했다.

그리고 두 팀은 6, 7회 나란히 1점씩을 뽑아냈다. 즉 실제 승부를 갈랐던 김현수의 적시타가 나오기 전까지 치열한 1점 싸움이 계속됐다. 두 팀의 사령탑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공수의 운용을 했다.

SK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5회였다. 김강민의 투런홈런으로 4-5로 추격한 SK는 계속 찬스를 잡았다. 이재원의 볼넷과 루크 스캇의 우선상 2루타로 1사 2, 3루.

여기에서 동점 혹은 역전을 했다면 단숨에 분위기는 SK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상황. 필승계투조가 약한 두산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그동안 1점 승부에 대한 철저한 용병술을 펼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워낙 두산의 기복이 심했던 탓이 컸다. 선발진의 난조와 타격의 폭발로 대승, 혹은 대패의 롤러 코스터를 탔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두산 입장에서 매우 까다로웠다. 시즌 초반 좋지 않은 노경은이 슬럼프에서 나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1승. 하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긴 상황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두산 송일수 감독은 적절한 판단을 했다. 노경은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SK 박정권을 대비, 이현승을 원 포인트릴리프로 기용했다.

지난 주말 삼성과의 3연전에서 니퍼트와 볼스테드가 완벽한 투구를 한 상황. 때문에 중간계투진은 여유가 넘쳤다.

박정권을 2루수 땅볼로 유도, 3루 주자 이재원을 아웃시켰다. 최 정이 나오자, 두산은 곧바로 윤명준으로 교체했다. 그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두산의 카드. 최 정 역시 중견수 플라이 아웃. 두산은 리드를 끝내 내주지 않은 채 1사 2, 3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리드를 잡은 두산은 심리적 우위를 내주지 않으며 결국 8회 승부를 결정지었다.

물론 감독의 투수 교체는 평가하기 외부에서 평가하기 힘들다. 당일 투수의 컨디션과 중간계투진의 힘과 여유 등 보이지 않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결과론만으로 투수 교체를 평가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날 송 감독의 투수교체는 결과를 떠나 예리했다. 노경은의 좋지 않은 컨디션과 상황에 따른 선수단의 심리적 변수, 그리고 두산이 가지고 있었던 중간계투진의 힘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카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송 감독의 색깔에 대해 많은 의문이 있었다. 그동안 철저하게 관리형 야구를 펼쳤다. 그는 경기 전 "나는 상대를 압박하는 야구를 좋아한다. 경기 초반 번트의 의미도 거기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즉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상대 수비의 압박에서 효과적으로 벗어나면서도 선취점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을 중시한다.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시발점이다. 이날 5회 최대의 승부처에서 나온 투수교체도 상대에 대한 압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두산은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치열한 순위싸움, 그리고 포스트 시즌의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벤치의 효율적인 용병술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날 경기는 그 단면을 보여줬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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