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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신임 감독이 왔다. 무려 19일이나 수장 공백사태를 겪었던 LG, 그동안 분위기는 어땠을까.
구단 측은 사의를 표명한 김기태 감독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김 감독의 결정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조계현 수석코치에게 실질적인 감독대행 역할을 맡겼지만, 공식적으로 감독대행으로 선임하지 않았다. 그리고 물밑으로 새 감독을 찾아왔다.
그 기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하는 엔트리는 계속 해서 '감독 김기태(91)'로 제출됐다. 김 감독이 떠난 뒤에 기록한 6승11패 역시 김 감독의 통산 사령탑 성적으로 남게 됐다.
결국 빠른 수습을 하지 못한 결과, 반등 대신 승패차 '-5'만 떠안게 됐다. 빠른 수습이 이뤄지지 않아 얻은 데미지다. 만약 조계현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앉히거나, 빠른 시간 내에 새 감독을 선임했다면 이 충격은 줄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LG 선수들도 처음엔 떠난 김기태 감독이 돌아올 수 있는지만 기다렸다. 하지만 이후 감독직에 대한 설왕설래만 오갔고, 선수단 내부 분위기만 나빠졌다. 조 수석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 상태에서 선수들이 힘을 낼 리 만무했다.
11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너무나 무기력했다. 선발 리오단이 강정호에게 만루홈런, 박병호에게 쐐기 솔로홈런을 맞는 등 홈런 2개를 포함해 9피안타 7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선수들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넥센 선발 오재영의 구위가 뛰어나지 않음에도 공략하지 못했다. 무기력한 스윙이 계속 됐다.
7회 뒤늦게 첫 득점한 뒤에는 이해할 수 없는 도루 실패가 나왔다. 2사 1,2루에서 이병규(배번7)가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2루주자 이병규와 1루주자 정의윤이 모두 스타트를 끊었다. 더블스틸로 보였다.
물론 히트앤런 같은 다른 작전이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석에 있던 박용택은 가만히 서서 공을 지켜봤다. 타구를 어떻게든 맞히든지, 아니면 헛스윙을 해서라도 주자를 도왔어야 했다. 벤치와 선수의 사인미스든, 진짜 더블스틸 사인이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어쨌든 LG는 뒤늦게나마 사태를 수습하게 됐다. 양상문 신임감독이 18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과연 잃어버린 17경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반등의 여지가 생길 지 주목된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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