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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새감독 양상문]34경기 만에 새 감독, LG의 실험 과연?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5-11 17:02 | 최종수정 2014-05-11 17:06



전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실험이다. LG 트윈스가 시즌 34경기만에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했다. 2010년 롯데 투수코치를 끝으로 현장에서 떠나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양상문(53)씨를 신임 감독으로 앉혔다. 감독 부재상황에서 과감하게 내린 결단이지만, 자칫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최종 평가는 좀 더 지켜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실험이 LG의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지만…

옛말에 '전시(戰時)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LG의 인사철학이기도 했다. 2000년대 말 글로벌 경기침체 당시 삼성 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등 다른 재벌 그룹들이 최고경영자(CEO)를 수시로 교체할 때 LG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는 그간 야구단 인사에도 상당부분 적용돼 왔다.

하지만 올해의 LG는 그런 인사철학을 고집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전임 김기태 감독이 지난 4월23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난 상황이다. 이후 LG는 11일까지 17경기를 수장 없이 치러야 했다. 이 기간의 성적은 6승11패였다.

시즌 막판이라면 그냥 이 상태로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90경기 이상 남은 시즌을 이 상태로 돌파하는 것은 난센스다. LG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하나는 조계현 감독 대행을 완전하게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것.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새로운 외부 인물을 데려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LG의 선택은 후자였다.

신임 감독 선임 후폭풍, 약이 될까 독이 될까

LG는 이제 '양상문 감독 체제'로 남은 90여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 정도 잔여 경기라면 순위 반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관건은 결국 양상문 신임 감독이 어떤 철학과 전략으로 팀을 이끌어가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바로 신임 감독을 선임한 뒤에 따라올 후폭풍이다. 이게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는 예단키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LG가 상당한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보통 감독이 바뀌면 이후 코칭스태프 추가 인사가 뒤따른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야구관이 비슷하고, 지시를 잘 이행해 줄 손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LG 코칭스태프는 전임 김기태 감독의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 선수들 역시 김 전감독과 그의 코치진이 추구하는 야구에 익숙해져 있다. 이걸 양 감독이 손대야 한다.

그냥 이전 체제 그대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양 감독은 올해 내내 전임 감독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면 악순환만 반복된다. 결국 코칭스태프 개편은 피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선까지 손을 대느냐의 문제만 남아있다. 하지만 이미 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터라 양 감독이 새로운 코치진을 영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꽤 오랜 진통이 예상된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과연 현장을 3년 반동안 떠나있던 양 감독이 LG의 선수진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느냐는 점. 방송 해설위원으로 계속 야구를 지켜봤다고는 해도, 이는 피상적인 관찰일 뿐이다. 내부 깊숙한 사정과 선수들의 캐릭터를 상세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LG의 실험은 상당한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 실험이 '신의 한수'로 훗날 평가되려면 LG는 구단과 선수단 모두 엄청난 각오와 노력을 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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