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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는 최근 매우 좋은 타격을 하고 있다.
그의 급격한 상승세는 당연히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상승세가 더욱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변화의 종착점, 장타력과 컨택트의 접점
김현수의 가장 큰 미덕은 끊임없이 진화를 열망한다는데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달콤한 것은 아니다. 부작용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 부작용을 극복하면 또 다시 한 레벨이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넓은 잠실구장이 홈인 두산의 간판타자. 컨택트 위주의 변화가 타격 밸런스를 흐트러 뜨렸다. 정체된 핵심적인 이유다.
맞히는 능력은 타고났고, 스윙 자체의 궤도도 이상적이었지만, 타구의 질 자체가 떨어지면서 홈런과 타율이 동반하락했다.
그러자 지난해 김현수는 커다란 변신을 시도했다. '강하게 때려야 안타 확률도 높아진다'는 판단이 기준점. 당시 황병일 코치와 함께 고관절 이용을 극대화한 장타력 향상에 방점을 찍었다. 워낙 뛰어난 컨택트 능력을 가지고 있던 김현수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3할2리, 16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약간 부족하긴 했지만, 컨택트와 장타력을 모두 보듬는 기록이었다. 실제 타석에서의 상대 투수에 주는 위압감도 부쩍 올랐다.
하지만 당시 김현수는 "이제 변화의 시작 단계다. 변화의 결과물은 2~3년 정도를 보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 직전 김현수는 "약간 타격 변화를 바꿨다. 지난 시즌의 연장선상이다. 고관절을 이용해 테이크백 자세를 더욱 간결하게 가져가려한다"고 했다.
즉 지난 시즌 장타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관절을 최대한 이용했다면, 올 시즌에는 고관절 이용을 좀 더 간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가져가면서 좀 더 스윙준비동작이 간결해졌다는 점.
시즌 초반 이런 변화가 약간의 부작용을 일으켰지만, 더욱 간결하면서도 폭발적인 스윙으로 장타력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타격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현수의 민폐론
지난해 포스트 시즌. 김현수는 시즌 막판 좋지 않은 타격감이 계속 이어졌다.
2년 전만 해도 고개를 떨구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지난해 더욱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시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 말은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선다'고 했다.
사실 3, 4번을 오갔던 지난 시즌, 팀의 중심타자로서 해결사 부담이 있었다. 그런 극심한 부담이 좋지 않은 타격 사이클과 맞물려 악순화이 계속 되고 있었다. 그러나 김현수는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포스트 시즌을 계속 치르면서 타격을 회복했다. 김현수의 예년과 달라진 점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좀 더 빨리 헤쳐나왔던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현재 김현수는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지만, 말과 행동는 더욱 신중해졌다. 여전히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팀의 중심타자로서 좀 더 안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됐다는 의미다.
여전히 올 시즌 김현수가 어떤 성적을 낼 지는 미지수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여전히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현수가 기량과 심리적인 측면에서 더욱 안정적인 모습으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최근 김현수 상승세의 가장 인상깊은 점이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