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수 "제가 LG 1번타자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5-08 11:02



5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 1도루. 이정도의 성적이라면 프로야구 어느팀에 가더라도 1번타자로서 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기록은 LG 트윈스의 유망주 백창수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기록한 성적이다. 팀이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7대8로 패했지만, 이날 백창수의 활약은 LG의 미래를 밝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랜 시간 1번타자 자원이 없어 고민을 해온 LG의 숙원을 백창수가 풀어줄 수 있을까.

"제가 LG 1번을 치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5월 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백창수는 1군에 올라온 이후 처음으로 1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의 라이벌전. 당시를 돌이키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고 한다. 백창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1번타자로 나서다보니 무언가 꼭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했다. 급하면 진다. 백창수는 이날 4타수 무안타 삼진 2개를 당했다.

다행인 것은 이날이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다는 점. 5일 이어진 두산과의 어린이날 매치에도 1번타자로 나섰다. 2개의 안타를 때려내고 타점도 1개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이후 3경기 연속 1번 타순 출전이다. 모두 안타를 때려냈음은 물론이다. 백창수는 "첫 경기에서는 너무 긴장을 했었다. 그런데 경기를 치를수록 투수들의 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많이 편안해졌다. 타순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부담감이 있는 1번 자리에서도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보통 신인급 선수들이 1군에 자리를 잡는 과정은 험난하다. 주전으로 나서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고, 주전 자리를 잡아도 보통 타순은 하위 타순에서 시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백창수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물론, 베테랑 박용택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의 기용이기는 하지만 백창수가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박용택이 중심타선으로 자리를 옮기고 백창수가 그 자리를 계속해서 지킬 수도 있다. 백창수는 "야구를 시작하며 내가 LG의 1번타자로 경기에 출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꿈이 이뤄졌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팀의 관리 속에 쑥쑥 커나가는 5툴 플레이어

백창수는 "선배님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다. 처음 1번타자로 나서던 날 많은 선배들이 백창수를 불러 "부담 갖지 말아라.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들어와라"라고 격려해줬다. 특히, 후배의 1번 출전이 기뻤던 투수 우규민은 "처음엔 기습번트 모션을 취해라. 그래야 투수들이 변화구 승부를 들어올거고 직구를 노리는 듯 하다 변화구를 노려쳐라"라는 식의 시뮬레이션 강의까지 침을 튀어가며 해줬다고 한다. 백창수는 "선배님들의 조언과 격려 속에서 긴장도 풀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의 믿음도 대단하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1번타자가 어려운 자린데, 창수가 생갭다 훨씬 침착하게 잘 해냈다"라며 앞으로도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신경식 타격코치는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저 친구는 성공하겠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선수들과의 실전경기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다 해내더라"라며 기특해했다. 지금은 팀을 떠났지만 시즌 전 스프링캠프를 지휘했던 김기태 감독도 자신이 가진 재능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열심인 백창수를 예뻐했다.


백창수는 전형적인 5툴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을 갖고있다. 컨택트 능력, 파워, 수비, 송구, 주루 능력을 모두 갖췄다. 7일 한화전에서 이 5가지 항목을 모두 체크할 수 있는 플레이들을 보여줬다.

일단 당장은 그날그날 휴식을 취하는 선배들의 빈자리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LG는 최근 베테랑 선수들의 휴식을 돌아가며 주고있다. 백창수는 내-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 때문에, 당분간 어느 자리에서든 많은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그 기회를 살리는 것은 백창수 본인의 몫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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