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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징크스는 여전했다. 부상 여파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던지면서 컨트롤을 잡아갔다.
류현진은 '1회 징크스'를 갖고 있다. 사실 선발투수 중엔 마운드에 오르면 감을 잡는데 시간이 걸리는 선수들이 있다. 이 경우, 다른 이닝에 비해 1회 고전하곤 한다. 류현진 역시 그랬다. 지난해 모든 이닝을 통틀어 1회 실점이 17점으로 가장 많았다.
류현진은 또한 2회와 3회, 6회에 각각 9실점했다. 투구수가 많아진 6회에 실점이 늘어나는 현상은 일반적이지만, 1~3회 초반 실점이 많은 건 일부 투수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피안타율 역시 1회 3할8리로 가장 높았다. 2회 2할5푼7리, 6회 2할5푼3리로 뒤를 이었다.
무사 2,3루 위기. 류현진은 침착했다. 체이스 헤들리를 상대로 직구만 4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변화구로 돌파구를 찾을 만도 했지만, 직구 컨트롤을 잡는 것만 신경 썼다.
4번타자 제드 졸코를 상대로 볼 2개가 연달아 들어가자, 포수 A.J.엘리스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후 엘리스는 바깥쪽에 앉아 고의성 짙은 볼넷을 내줘 만루 작전을 펼쳤다.
제구를 잡은 류현진은 좌타자 욘더 알론소를 상대로 초구에 한복판으로 93마일(약 150㎞)짜리 직구를 던졌다. 알론소의 배트가 돌았지만, 공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투수 앞 땅볼이 됐다. 류현진은 침착하게 홈으로 송구해 투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로 1회를 마쳤다.
류현진은 2회에도 두 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감을 잡은 류현진은 8번타자 포수 린 리베라부터 범타 행진을 시작했다. 2회부터 7회 1사까지 단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리베라와 9번타자 투수 앤드류 캐시너를 가볍게 범타로 처리한 뒤, 다시 만난 카브레라를 삼진으로 요리했다.
사실 이날 초반 부진은 호주 개막전에서 입은 발톱 부상의 영향도 있었다. 아무리 작은 부상이라도 밸런스에 미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소보다 감을 잡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었다. 그래도 성장을 위해선 1회 징크스는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