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특집]투수들이 말하는 공인구. "난 이 공이 좋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4-03-27 06:08


2014 프로야구에서 쓰이게 되는 프로야구 공인구. 왼쪽부터 스카이라인, 빅라인, ILB, 하드. 스포츠조선DB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는 공인구를 하나로 통일해 쓰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국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규정에 맞는 공을 공인구로 인증하면, 각 구단이 인증받은 업체의 공을 골라서 쓰도록 하고 있다. 선수들은 홈경기 때는 자신의 구단이 선택한 공을 쓰고, 원정경기 때는 상대 홈팀의 공을 사용한다.

KBO는 매년 1월 스포츠용품 업체로부터 공인구 신청을 받아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스포츠용품시험소에 검사를 의뢰한다. KBO는 반발계수(0.4134∼0.4374)와 솔기폭(16분의6인치), 실밥수(108개), 공 주위(9∼9와 4분의1인치), 중량(141.7g∼148.8g) 등 공인구 규정을 통과하면 사용구로 인정한다. 매년 검사를 하지만 각 업체 공의 측정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다.

KBO는 내년부터 10개 팀(KT 포함)이 단일구로 시즌을 치르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 시즌 진행 중에 불량 공인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KBO 공인구로 납품하고 있는 4개 업체 중 한곳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9개 구단 투수들에게 4개사의 공인구에 대해 물었다. 투수들이 공의 민감한 차이를 잘 알 고 있기 때문이다. 공의 크기부터 가죽의 느낌, 솔기의 높이 등 일반인들이 눈으로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투수들은 손으로 느낄 수 있다. 역시 자신들이 쓰고 있는 공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익숙해서다.

스카이라인 -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공의 편차가 크다

스카이라인을 쓰고 있는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투수들은 촉감이 좋고 실밥이 잘 채인다며 좋은 평가를 했다. KIA 김진우는 "고교시절부터 많이 던져본 공이라 손에 잡히는 느낌이 익숙하고 편하다"고 했고, 양현종은 "내 손이 작은데도 실밥이 잘 채인다"라고 했다. 서재응은 "촉감이나 실밥이 채이는 느낌이 가장 좋다. 던질 때 손에 착착 붙는 느낌이다"고 했다. 두산 변진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좋았다"며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롯데시절 스카이라인을 썼던 SK 와이번스 임경완은 "실밥이 쫌쫌해 좋다"고 했고, 두산에서 뛰었던 NC 다이노스 이재학도 "적당히 미끄러워 던지기 좋다"고 평가했다. 최대성 이명우 김승회 등 지난해까지 스카이라인을 사용했던 롯데 투수들도 오래 사용해서 익숙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화 이글스 송창현은 "볼이 큰 느낌"이라고 했고, NC 최금강은 "가죽이 미끄러워 잘 잡히지 않는다"며 스카이라인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KIA 박경태는 "품질의 편차가 크다. 잘 만들어진 공과 그렇지 못한 공의 차이가 명확하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빅라인-그립감 좋은데 미끄러워


LG 트윈스, SK, NC가 사용하고 있다. 투수들은 빅라인 공을 잡았을 때의 그립감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SK 박희수와 이재영 등 많은 선수들이 "그립감이 좋아 던지기 편하다"고 빅라인의 장점을 말했다.

NC 노성호는 "가죽이나 실밥이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아 좋다"고 했다. 새롭게 LG 유니폼을 입은 김선우도 "가장 편하다"고 했다. 한화 송창식은 "손에 잘 들어와서 그립이 잘 잡힌다"라고 했다. SK 임경완은 "반발력이 덜한 것 같다"고 했다. 맞아서 나가는 느낌이 다른 공보다는 덜하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타자에겐 불리할 수도 있지만, 투수에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표면이 미끄럽다고 답한 선수도 있다. KIA 김진우는 "약간 미끄러운 느낌이 있고, 실밥의 매듭이 좀 크다"고 했고, 유동훈은 "무거운 느낌이 든다. 실밥도 두껍고 약간 미끌거리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같은 공을 두고 선수마다 다른 느낌을 갖고 있었다. KIA 서재응이 "품질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고 했는데, 박경태는 "불량률이 가장 낮다. 품질에 일관성이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NC 이성민은 "실밥이 나와 맞지 않는다"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말했다.

ILB-다른 공에 비해 작은 느낌

지난해까지 맥스라는 브랜드였지만 올해 ILB(I Love Baseball)로 바꿨다.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선수들이 쓰고 있는데, ILB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 투수들은 실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실밥이 두툼하고 도드라져서 던지기 좋다는 평. ILB를 쓰지 않는 팀의 몇몇 투수도 이와같은 이유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KIA 유동훈은 "묵직한 듯한 느낌이다. 실밥이 도드라져서 변화구 구사가 가장 잘 된다"고 했고, 한화 박정진은 "실밥이 도드라져서 그립 잡기 편하다"고 했다. NC 이성민은 "가죽이 미끄럽지 않고 실밥도 적당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불만은 크기에 있었다. 불만의 대부분이 다른 공에 비해 조금 작다는 것이었다. KIA 서재응은 "작년에 잡았을 때 약간 작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고, SK 임경완과 백인식도 "좀 작은 느낌이다"라고 했다. 반대로 한화 김광수는 "공이 큰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선수들의 개인차가 분명히 있었다. KIA 김진우는 "가죽이 물컹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하드-처음이라 그런지 낯설다

하드는 롯데 자이언츠에 올해 처음으로 공급한다. 아무래도 하드 공을 잡아본 투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공을 접해본 선수들도 처음이라서 그런지 조금 낯설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공이 다소 미끄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KIA 김진우는 "처음이라 그런지 낯설다. 공이 미끄럽다"고 했고, 박경태는 "4개 회사 제품 중 품질이 가장 떨어진다"고 했다. 공을 쓰게 된 롯데 선수들 역시 생소하긴 마찬가지. 최대성은 "전지훈련 때는 미끄러웠는데 많이 개선됐다"면서 "이제 이 공에 적응해야한다"고 했다. 이명우는 "스카이라인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롯데 투수들이 적응해 다른 공과 다름없이 던질 수 있다면 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공별 차이를 잘 모르겠다는 선수도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 마무리 손승락은 "각 브랜드별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고, KIA 양현종은 "빅라인, 맥스, 하드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봤는데, 잘 구분하지 못하겠더라. 품질은 다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올시즌 쓰는 공에 따라 투수의 투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야구의 재미가 될 듯하다. 내년엔 단일구로 통일되기에 타 구단이 사용하는 공에 적응하는 일도 없어지게 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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