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류현진과 행보 닮을수록 좋은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3-27 08:42


SK 김광현은 올시즌을 풀타임 소하하고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 해외진출 자격을 얻는다. 류현진이 2012년 보여줬던 강인함이 올해 김광현에게도 필요하다. 지난 2011년 3월 시범경기서 만난 류현진과 김광현. 스포츠조선 DB

뚜렷한 목표만큼 좋은 동기 부여도 없다. FA 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나 해외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당해 시즌 '커리어 하이'를 마크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부와 명예'가 눈앞인데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7시즌을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다. 해외진출 자격을 얻기 직전은 2012년에는 약한 팀전력의 악조건 속에서도 27경기에 등판해 9승9패, 평균자책점 2.66, 210탈삼진을 올렸다. 당해 연도 성적은 자신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SK 와이번스 김광현이 "올시즌 후 해외진출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광현은 지난해까지 'FA 자격 취득 조건'상의 기준으로 6시즌에 조금 못미치는 경력을 쌓았다. 올해 풀타임을 소화하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 7시즌을 채우게 된다. 구단의 승인을 전제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목표는 메이저리그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무엇보다 몸상태가 입단 이후 가장 좋다. 그동안 겨울만 되면 어깨 부상 때문에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고, 전지훈련지에서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지난 겨울 부상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5년만에 1월에 불펜피칭을 실시하기도 했다.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에 나가 6⅔이닝을 던져 5안타 2실점의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떨어지는 변화구인 커브와 체인지업을 가다듬는데 힘을 기울인 것도 해외진출을 위해서였다. 김광현의 트레이드 마크는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떨어지는 각도와 속도가 으뜸인 슬라이더다. 여기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제대로 던진다면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류현진과 똑같은 레퍼토리다. 다저스의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류현진에 대해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모두 능숙하게 잘 던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김광현도 구종을 다양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

김광현은 류현진과 같은 왼손 투수인데다 베이징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메이저리그내 '지명도' 또한 확보한 상태다. 류현진이 부드러운 투구폼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김광현은 역동적인 투구폼이 인상적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올해 김광현 등판 경기에 적지않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려면 류현진처럼 포스팅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라 김광현을 원하는 구단 가운데 최고 입찰액을 적은 팀이 독점교섭권을 얻어 30일 동안 입단 협상을 벌이는 절차다. 류현진은 지난 2012년 12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2573만달러의 입찰액을 적어낸 다저스 구단의 품에 안겼다. 당시 국내 야구계가 내다봤던 포스팅 금액이 1000만달러 안팎이었으니 류현진의 현지 평가가 상상을 넘었음을 알 수 있다.

김광현도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광현은 지난 24일 미디어데이에서 "이왕이면 포스팅 금액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스팅 금액은 원소속구단의 몫이 되지만, 해당 선수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므로 김광현도 이를 언급한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올시즌 성적에 달렸다. 김광현은 어깨 부상을 막 벗어던진 지난해 12월 "내년에는 욕심을 좀 내고 싶다. 어깨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몸을 잘 유지해서 많은 이닝을 던졌으면 좋겠다. 2010년까지는 안되더라도 풀타임을 던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대로 2010년은 자신의 '커리어 하이'였다. 그해 31경기에 나가 193⅔이닝을 던져 17승7패, 평균자책점 2.37, 183탈삼진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2012년 보여줬던 강인함과 확실한 목표의식, 올해 김광현에게도 필요하다. 김광현은 오는 29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 선발등판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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