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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목표만큼 좋은 동기 부여도 없다. FA 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나 해외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당해 시즌 '커리어 하이'를 마크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부와 명예'가 눈앞인데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7시즌을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다. 해외진출 자격을 얻기 직전은 2012년에는 약한 팀전력의 악조건 속에서도 27경기에 등판해 9승9패, 평균자책점 2.66, 210탈삼진을 올렸다. 당해 연도 성적은 자신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떨어지는 변화구인 커브와 체인지업을 가다듬는데 힘을 기울인 것도 해외진출을 위해서였다. 김광현의 트레이드 마크는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떨어지는 각도와 속도가 으뜸인 슬라이더다. 여기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제대로 던진다면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류현진과 똑같은 레퍼토리다. 다저스의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류현진에 대해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모두 능숙하게 잘 던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김광현도 구종을 다양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
김광현은 류현진과 같은 왼손 투수인데다 베이징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메이저리그내 '지명도' 또한 확보한 상태다. 류현진이 부드러운 투구폼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김광현은 역동적인 투구폼이 인상적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올해 김광현 등판 경기에 적지않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도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광현은 지난 24일 미디어데이에서 "이왕이면 포스팅 금액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스팅 금액은 원소속구단의 몫이 되지만, 해당 선수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므로 김광현도 이를 언급한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올시즌 성적에 달렸다. 김광현은 어깨 부상을 막 벗어던진 지난해 12월 "내년에는 욕심을 좀 내고 싶다. 어깨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몸을 잘 유지해서 많은 이닝을 던졌으면 좋겠다. 2010년까지는 안되더라도 풀타임을 던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대로 2010년은 자신의 '커리어 하이'였다. 그해 31경기에 나가 193⅔이닝을 던져 17승7패, 평균자책점 2.37, 183탈삼진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2012년 보여줬던 강인함과 확실한 목표의식, 올해 김광현에게도 필요하다. 김광현은 오는 29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 선발등판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