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서 드러난 용병 타자들의 명과 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3-24 10:00


한화 펠릭스 피에는 시범경기서 4홈런을 뽑아내며 강력한 파워를 자랑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3년만에 등장한 외국인 타자. 이들은 시범경기에서 '기대반 걱정반'의 실력을 선보였다.

화끈한 장타력으로 무장해 팬들의 시선을 끌어들인 선수가 있는가 하면,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실망감을 안긴 선수도 있다. 그러나 시범경기 기록만 놓고 따질 일은 아니다. 부상 등 선수마다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고, 적응이라는 과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외국인 타자들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양상문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팀들이 많다"고 전망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 팀의 외국인 타자의 명과 암을 살펴봤다.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

허리 통증에도 불구, 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6리를 기록했다. 정교하고 끈질긴 타격과 안정된 수비를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다. 기대에 충실했던 부분이 더 많다. 27세로 나이가 젊은데다 몸이 유연해 빠른 공에 대한 공략이 탁월했다. 특히 국내 투수들의 다양한 볼배합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 20타석에서 단 한 번도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공을 신중하게 골랐고, 홈런도 1개를 뽑아냈다. 수비 포지션과 타순에서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두산 호르헤 칸투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4개의 홈런을 터뜨려 시범경기서 화끈한 장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 15일 광주 KIA전서 수비를 하다 왼쪽 어깨를 펜스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부상 전까지 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0타수 3안타)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없었고, 삼진과 병살타 1개씩 기록했다. 경기 출전수가 적어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지만, 의외로 적응력이 빠르고 컨택트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은 4번타자감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루수 말고도 3루수를 볼 수 있는데 수비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삼성 나바로는 끈질긴 타격과 안정된 수비가 돋보인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LG 조쉬 벨

스위치 타자다. 파워가 부족한 LG타선에서 4번타자를 맡는다. 9경기에서 타율 1할6푼(25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전지훈련서는 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강력한 파워를 뽐냈지만, 시범경기서는 들쭉날쭉한 컨디션을 보였다. 27타석에서 삼진은 6개를 당했고, 볼넷은 2개 밖에 얻지 못했다. 적응 과정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파워만큼은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NC 테임즈와 함께 으뜸으로 꼽히고, 직구에 강점을 보였다. 3루수로서 실책 1개를 범했지만, 전반적으로 수비력은 무난했다는 평가다.


넥센 비니 로티노

일본 전지훈련서 햄스트링을 다쳐 시범경기 출전이 늦어졌다. 지난 14일 목동 SK전부터 출전해 7경기서 타율 1할6푼7리를 기록했다.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는 4경기서 8타수 5안타를 쳤지만, 시범경기서는 감을 찾지 못했다. 성급하게 방망이를 내미는 경우가 많았다. 장타력보다는 타율을 보장해줄 수 있는 선수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역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선수다. 좌익수로서 실책은 단 한 개도 범하지 않았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만큼 수비력은 무난하다.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

1m92, 몸무게 127㎏의 거구임에도 유연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 14일 훈련 도중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입고 4주 진단을 받았다. 3차례 시범경기에 나가 8타수 1안타를 쳤다. 딱 한 개 친 안타가 바로 홈런이다. 9일 NC전에서 최금강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외야 관중석 비거리 120m 지점에 꽂았다. 상당한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출전이 적어 주루나 수비력은 평가하기 힘들다. 변화구 대처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는 분석도 있다.


SK 스캇은 화려한 메이저리거 출신답게 시범경기서 다양한 능력을 뽐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SK 루크 스캇

메이저리그 통산 135개의 홈런을 때렸다. 입단 당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선수다. 파워 뿐만 아니라 정교한 타격도 일품이다. 시범경기서 11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2할6푼7리(30타수 8안타) 2홈런, 8타점을 올렸다. 볼넷 9개를 얻어냈고, 삼진은 6개를 기록했다. 히팅포인트가 일정하고 기복이 없다. 자신만의 독특한 훈련 노하우와 철학을 지니고 있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녔음에도 기존 선수들과의 융화에 적지 않은 힘을 쏟는다. 좌익수 또는 지명타자 보직을 받았다. 수비력 역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NC 에릭 테임즈

시범경기를 통해 NC의 중심타선에 어울리는 타자임이 확인됐다. 10경기에서 타율 3할6푼7리(30타수 11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2루타도 4개를 때렸다. 자신의 마지막 출전 경기였던 22일 삼성전서 홈런을 포함한 3안타를 때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중하게 기다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눈에 들어온다 싶으면 주저없이 방망이를 돌린다. 마지막 7타석 가운데 4구 이내 승부가 6번이나 됐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찬스에서 공격적으로 임하는 타격 자세는 김경문 감독이 원하는 바다. 1루수로 민첩성이 뛰어나다.

KIA 브렛 필

키 1m93, 몸무게 102㎏의 체구를 지녔다. 선동열 감독은 필을 "얼굴이 작아서 여리게 보이지만 덩치가 큰 선수"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파워를 지닌 타자는 아니다. 일단 시범경기에서는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10경기에서 타율 1할2푼1리(33타수 4안타)에 4타점을 기록했다. 삼진이나 병살타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볼넷을 얻는 스타일도 아니다. 특색이 없어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1루수 또는 외야수를 볼 수 있어 쓰임새는 비교적 폭넓다. 그러나 시즌초 적응 속도가 관건이다.

한화 펠릭스 피에

시범경기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10경기에 나가 타율 4할1푼9리(31타수 13안타) 4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LG 정의윤과 함께 시범경기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다. 빠른 발을 이용한 주루 센스와 중견수 수비 능력도 정상급이라는 분석. 노렸거나 좋아하는 공이 오면 바로 배트를 휘두른다. 그렇다고 변화구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볼넷 1개에 삼진은 3개였다. 상승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는 스타일이다. 과거 한화 타선을 이끌었던 데이비스를 연상시킨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NC 테임즈는 공격적인 스타일의 거포로 파워 하나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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