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경문 감독의 불펜실험, 분명한 방향성 있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3-12 10:48



"올해가 욕심 낼 찬스다."

NC는 올시즌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힌다. 1군 진입 후 두 시즌 동안 외국인선수를 1명 더 쓸 수 있는 신생팀의 혜택이 올시즌까지 유효하다. 외국인선수 제도 확대로 NC는 무려 4명(투수 3명, 야수 1명)을 보유하게 됐다. 원투스리 펀치를 외국인선수로 쓸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시범경기 성적이 신통치 않다. 11일까지 3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3경기 모두 같은 패턴이었다. 선발이 잘 던지고 초반에 타선이 점수를 올려줬지만, 불펜싸움에서 졌다. 찰리와 웨버, 이재학은 제 몫을 다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 찰리와 신인왕 이재학은 2년차 징크스 없이 순항할 태세다. 웨버도 나쁘지 않은 데뷔전을 가졌다.

원래 시범경기는 '테스트의 장'이다. 하지만 NC 김경문 감독은 유독 많은 시험을 하고 있다. 타선은 물론, 마운드는 무한경쟁이다. 11일까지 시범경기에서 NC는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투수를 등판시켰다. 무려 17명이 마운드를 밟았다.

팀별로 시범경기 마운드 운용 전략은 차이가 있다. 선발투수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맡긴 뒤 차례로 불펜을 등판시키는 패턴이 대다수지만, 선발투수를 연달아 등판시키는 경우도 있다.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투구수와 이닝만 맞춰주는 것이다. 불펜투수의 경우엔, 평소와 마찬가지로 상대 타자 성향(좌/우)에 맞춰 등판시키키도 하지만 아예 좌우를 가리지 않고 1이닝씩 맡기기도 한다.

NC는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 최대한 많은 투수에게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물론 특정투수가 1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무너진 탓에 투수교체가 잦기도 했다.

여전히 강력한 선발진에 적절한 보강이 이뤄진 타선, NC는 두 가지 무기를 갖췄다. 긴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는 이닝이터들이 많고, 최정상급 테이블세터진과 장타력을 갖춘 중심타선까지 득점력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역시 불펜이다.


NC 박명환. 사진제공=NC다이노스
김 감독 역시 NC의 아킬레스건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시범경기는 이 단점을 최소화시킬 기간으로 여기고 있다. 김 감독은 "불펜의 큰 밑그림은 그려놓은 상태다. 정식경기면 이렇게 투수들을 내겠나. 하지만 이 고비를 못 넘기면 쓰지 못한다"며 투수들을 시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실 불펜이 강한 팀은 많지 않다. 최근 들어 투수 유망주들의 성장이 더딘 탓에 중간계투진이 얇은 팀이 많다. NC에겐 단점보다 큰 강점이 있다. 게다가 지금은 시범경기다.

김 감독은 지난해 손민한처럼 박명환과 이혜천이 중간계투진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젊은 투수들에게 부족한 '경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박명환은 11일 LG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재기 가능성을 밝혔다. 이혜천은 두 경기 연속 실점했지만, 계속 해서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지난해 제 몫을 하지 못한 이승호와 고창성도 테스트중이다. 김 감독의 불펜 테스트엔 분명한 방향성이 있다. 시범경기를 통해 베테랑들의 페이스를 점검하고, 실전에서 어느 정도로 쓸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게 목적이다.

올해는 전문가들도 순위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춘추전국시대'다. NC도 그 틈을 노리고 있다. 김 감독의 머릿속에도 분명 창단 첫 4강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다. 시범경기 기간, NC가 뒷문 불안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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