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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개막이 다가왔다. 지난 겨울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다. 항상 시범경기가 열리면, 겨우내 새로 가세한 '뉴 페이스'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기 마련이다.
외국인선수 역시 가장 큰 관심사다. 어떤 외국인선수를 데려오느냐에 따라 한 시즌 농사가 좌우되기도 한다. 올시즌엔 외국인선수를 1명 더 보유할 수 있게 됐다. 같은 포지션 독점을 막아 모든 팀들이 야수 1명, 투수 2명(NC는 3명)으로 외국인선수를 구성했다.
대박 혹은 중박? 누가 캠프에서 기대 모았나
이번에도 외국인투수의 대세는 '선발'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그 흐름에 역행하는 팀이 바로 KIA다. KIA는 고질적인 마무리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전문 불펜요원 어센시오를 데려왔다. 일단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만 보면 합격점이다. 150㎞대의 강속구에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140㎞대 초반이다. 전형적인 파워피처, 마무리론 딱이다. 외인 마무리 성공사가 많지 않다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일단은 만족스럽다.
한화 클레이는 1988년생으로 올시즌 최연소 외국인선수다.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될 정도로 유망주였지만, 빠르지 않은 직구 구속 탓에 빅리거가 되지 못했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일찌감치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타나듯, 동기부여는 최상급이다. 게다가 타고난 성격이 좋아 국내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고, 적응도 빠르다. 직구 스피드는 다소 떨어질 지라도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순조롭게 한국야구에 적응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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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웨버는 팀의 창단 첫 4강 진출을 위한 키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활약을 바탕으로 재계약한 찰리, 에릭과 함께 원투스리펀치를 구성해야 한다. 일단 미국과 대만을 거친 전지훈련 기간 내부평가는 좋았다. 낙차 큰 파워커브에 수준급의 제구력을 갖췄다. 연습경기에서 실점은 있었지만, 볼넷은 하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상대가 다소 약한 대만팀들과 10구단 KT였다. 시범경기에서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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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불안한데… 의문부호 달린 외인은?
KIA 홀튼은 일본프로야구 다승왕 출신이다. 한국과 유사한 면이 있는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기대 이하다. 직구 최고구속이 140㎞대 초반에 불과했고, 경기 내용도 좋지 못했다. 내부에선 자기관리가 워낙 철저한 선수로 연습경기 때도 결과와 관계없이 그날 테스트해야 하는 부분을 집중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공을 세게 던지지 못하는 모습에서 팔꿈치 상태에 대한 의구심이나 구속 문제를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SK 울프는 지난해 다승왕 세든의 대체자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있었기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직까진 세든의 빈 자리가 커보인다. 영입 전 제구력이 좋다던 울프는 연습경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좋다 혹은 나쁘다'는 식의 언급이 없었다. 평가가 유보된 셈이다. 일단 1m93의 장신에서 내려 꽂는 공이 일품이었던 세든과 달리, 울프는 볼끝이 위력적이지 않다. 결국 제구력이 생명인 셈인데, 연습경기로는 100% 검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두산은 니퍼트에 이어 장신 외국인선수에 베팅했다. 2m7의 볼스테드는 2m3의 니퍼트보다 신장이 크다. 키가 크면 마치 2층에서 공을 던지는 듯한 효과가 있다.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볼스테드는 첫 실전에서 난타당했다. 타점 높은 투구에 비해 구위가 생각만큼 뛰어나지 않다. 전지훈련에서 투구폼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일단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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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가 불가능한 투수들도 있다. 삼성 마틴은 지난달 27일 러닝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25일에 연습경기에 첫 출격했지만, 한 경기로는 평가가 힘들다. 이전까지 괜찮은 제구력에 안정감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갑작스런 부상으로 일단 빨간불이 켜졌다.
전치 4주 진단을 받은 마틴은 실전 복귀까지는 총 두 달 가량이 소요될 전망. 삼성은 올해도 시즌 초반에는 외국인선수 부재를 겪게 됐다.
규약 개정으로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 몸값인 80만달러를 받게 된 한화의 앨버스도 스프링캠프에서 등판하지 못했다. 앨버스는 지난달 중순 이후 허리 근육통을 호소해 잠시 투구를 중단했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시범경기 중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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