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토크]두산 노경은 "63일 만의 승리, 너무 답답해 골프도 쳤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2-16 06:32


6일 오후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미야자키 기요다케 운동공원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했다.
노경은이 전력피칭을 하며 구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투·포수조가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미야자키 캠프에 합류한 첫 합동훈련은 우천으로 실내훈련장에서 이뤄졌다.
미야자키(일본)=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2014.02.06/

류현진과 윤석민은 미국으로 갔다. 전문가들이 꼽는 남은 토종 선발 요원 중 가장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선수는 김광현(SK) 김진우(KIA) 류제국(LG) 정도다.

여기에 두산 노경은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구종의 위력만 따지면 최상위권이다.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130㎞ 후반대에 형성되는 예리한 슬라이더, 그리고 포크볼이 있다. 게다가 커브의 위력도 대단하다. 준플레이오프 직전 넥센 염경엽 감독은 가장 두려운 선수로 고민없이 노경은을 지목했다. 정상적인 피칭을 할 경우 제대로 공략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2012년 12승6패, 7홀드를 기록하며 두산의 완벽한 선발요원으로 자리잡은 그는 지난해 10승10패, 평균 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180⅓이닝을 던졌다. 현재 두산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는 니퍼트와 함께 노경은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너무나 아깝게 무릎을 꿇었던 두산의 올해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노경은이 제 역할을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런데 노경은은 좀 아쉽다. 경기 중간중간 난조를 보인다. 제구력의 문제일 수도 있고, 수싸움의 문제일 수도 있다. 15일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노경은에게 이 부분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다.

<63일 만의 승리, 너무 답답해 골프까지 쳤다>

―(오랜만에 봤는데, 머리가 많이 길었다) 머리가 많이 길었다. 다른 의미가 있나.


지금 아니면 길러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기르기로 했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러다가 성적 안 좋아지면 삭발투혼을 보이는 거 아닌가.

(미소를 지으며) 아니다. 정말 안 좋으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장발까지 길러볼 생각이다.

―이제 두산의 확실한 선발 요원을 넘어서, 에이스 역할까지 하는 것 같다.

아직 멀었다. 사실 이 자리가 너무 좋다. 선발 자리에 연봉도 2억8000만원이나 받는다.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냥 좋다.

―상상할 수 없었다고? 꿈을 너무 적게 갖는 거 아닌가.

고교 시절에는 메이저리그도 꿈꿨고, 프로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상상도 했다. 그런데 프로는 나에게 너무 혹독했다. 열심히 하는데 번번이 좌절했다. 그래서 차근차근 눈 앞의 목표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그렇다. (하긴 이 답변은 이해가 간다. 2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냈지만, 노경은은 벌써 프로 12년 차다.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의 선수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노경은에게 프로는 너무나 혹독한 무대였다.)

―그래도 가지고 있는 구위를 생각하면 지난 시즌은 좀 아쉽다. 대표팀 경험도 있었고, 선발 경험도 있어서 대부분이 위력적인 구위로 더욱 인상적인 시즌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했다.

안 그러려고 했는데, 확실히 부담을 가지고 시즌을 시작한 것 같다. 시즌 초반에는 뭔가 꼬여 있었고, 후반에는 내가 잘 못 던졌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노경은만 나오면 타선이 침묵했다.

뭐, 그렇게는 생각 안했다. 그게 야구니까.

―근데 후반기에는 타선 지원이 어느 정도 됐는데, 실점을 너무 많이하는 경기도 많았는데.

맞다. 힘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재작년 선발로 많은 이닝을 던진 후유증이 조금씩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다.

―시즌 초반 승수를 올리기가 너무 힘었다. 63일 만에(4월2일 승리를 거둔 뒤, 6월4일에야 승리투수가 됐다) 승리를 거둔 적도 있었는데.

2012년과 거꾸로 된 기분이었다. 그때는 나가기만 하면 얼떨결에 승리투수가 됐는데, 지난해 초반에는 아무리 해도 1승을 올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일단 투구 내용만 좋게 하고 던지자는 생각으로 바꿨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아~ 정말 힘들긴 했다. 혼돈의 연속이었다. 매번 똑같이 하다가 6월3일에는 너무 답답해서 시즌 중에 거의 가지 않는 스크린 골프장에 갔다. 그동안 항상 등판 전날에는 컨디션 점검을 하면서 쉬었는데, 이날만은 대놓고 골프 채를 마음껏 휘둘렀다. 그런데 희한하게 다음날 승리투수가 됐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느낌이었나.

정말 1승이 소중하다는 걸 온 몸으로 느꼈다.


8일 오후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미야자키 기요다케 운동공원에서 훈련을 했다. 불펜피칭을 하던 노경은이 활짝 웃고 있다.
미야자키(일본)=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2014.02.08/
<나에겐 포크보다 커브가 더 부담스럽다>

―지난해 시즌 중반 김진욱 감독이 "노경은은 커브를 중간중간 많이 섞어야 투구내용이 좋아진다"고 많이 강조했다.

정확한 지적을 해 주셨다. 내 투구 메커니즘 상 커브를 많이 던지면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포크볼에도 이상적인 릴리스가 이뤄진다.(노경은의 투구폼은 알다시피 좀 특이하다. 보통 투수들과 달리 와인드 업에서 투구 릴리스까지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있다. 실제 지난 시즌 중반 이후 경기를 보면 커브가 잘 구사되는 날은 여유있는 투구를 했는데, 그렇지 않은 날에는 투구 밸런스가 미세하게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왜 커브 구사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않았나.

재작년에는 자연스럽게 적재적소에 구사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경기 중간중간 커브 구사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전 부담감 때문에 힘으로 눌러야 한다는 생각도 많았고. 지적을 받을 때마다 의식적으로 노력은 했지만,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느낀 점 중 하나다.

―경기 도중 커브 구사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다른 이유는 없나.

사실 나에게는 커브가 포크볼보다 좀 더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 내 투구폼은 약간 뻣뻣한데, 포크볼을 던질 때는 팔꿈치에 그렇게 큰 무리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내 커브는 드롭식의 커브다. 때문에 팔 각도를 좀 더 많이 비튼다. 흔히 포크볼이 팔꿈치에 무리가 많이 간다고 얘기를 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포크볼보다 커브가 팔꿈치에 무리가 많이 가는 부분도 있다.

―사실 지난해 입버릇처럼 "부담감을 가지지 않겠다"고 했지만, 부담이 많았을 것 같다. 부담이란 게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맞다. 의식적으로 "부담감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마음 속에서는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자연스럽게 그런 부담감을 많이 덜었다. 지난해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그래서 올해 더 잘 던질 것 같은데.

그 말이 더 부담이다.(기자와 노경은이 함께 웃었다. 확실히 지난해 감싸던 부담감에서 많이 해방된 듯한 느낌이다)

―시즌 목표가 특이하다.(그는 지난 1월 두산 시무식에서 'QS 15개가 목표'라고 했다)

이건 정말이다. 승수에 신경쓰지 않는다. 지난해 경험도 있고. 경기내용에 충실한 게 가장 큰 목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좋은 마인드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우리가 선발진을 꾸리는데 힘들었지만, 올해는 다를 거다. 니퍼트, (유)희관이도 있고, 볼스테드도 들어왔고, (이)재우형도 좋고. 아무래도 상대팀이 나에 대한 견제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전지훈련 동안 투구폼이나 훈련 방식에서 변화된 부분은 없나.

없다. 아 맞다. 사실 하나 있었다. 퀵 모션을 취할 때 글러브 위치가 어깨 쪽에 있었다. 주자가 내 그립의 위치를 보고 도루 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어서, 전지훈련 동안 글러브 위치를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밸런스가 잘 맞지 않더라. 그래서 다시 원 위치 시켰다. 코치님들이 "투구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조언도 있었다.

(노경은은 확실히 안정감이 더해졌다. 인터뷰 내내 시원시원하게 말하면서도 기자의 민감한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변했다. "지금 내 위치가 행복하다. 바로 앞의 목표를 위해 매진한다"는 그의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선발 3년 차다. 부담감을 떨치고 정상적인 경기력을 가져가기에는 가장 이상적인 마인드다. 그래서 올해가 더욱 기대되는 노경은이다.) 미야자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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