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도 떠나고 오승환도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윤석민도 3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볼티모어에 새둥지를 틀었다. 한국 에이스들의 해외진출. 박수치고 응원할만한 일이다.
지난해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국내 투수 12명 중 25세 이하의 젊은 선수는 1990년생인 이재학(NC) 1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의 투수들. 그만큼 새 인물의 등장이 별로 없었다. 두산 노경은이나 유희관, SK 윤희상, LG 우규민 등 최근 좋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은 모두 일찍 데뷔를 했으나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올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에서도 '괴물 신인'이라는 표현을 쓸만한 투수의 소식은 별로 없다.
외국인 투수들의 득세가 한국 야구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2년간 9개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뽑았다. 거금을 주고 데려오는 선수인만큼 모두가 선발 혹은 마무리 한자리를 꿰찼다. 그만큼 기량이 좋은 국내 투수가 없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국내 투수진이 좋았다면 외국인 선수를 투수 1명, 타자 1명으로 할 수도 있었다. 예전엔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인 타자를 1명씩 뒀지만 투수가 없다보니 외국인 선수로 채울 수 밖에 없었다. 반대로 국내 투수들의 자리가 사라졌다. 외국인 투수를 선발로 기용한 팀은 5명의 선발진 중 2명을 외국인으로 채우니 국내 선수는 3자리만 남았다. 그만큼 자리가 없으니 기량이 검증된 투수들만 나오고 새 인물이 가능성을 시험할 기회가 적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WBC 이후 야구 인기가 높아져 최근엔 야구를 하는 어린이들이 늘었다. 이들이 프로에 들어오는 시기에 에이스의 자질을 갖춘 유망주들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야구 인기에 걸맞은 수준높은 젊은 선수들이 부족하다.
일본도 많은 스타들이 메이저리그로 떠났지만 그들의 공백을 메워줄 선수도 탄생하고 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떠났을 때 다르빗슈 유가 나왔고, 다르빗슈가 떠나자 다나카 마사히로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의 에이스가 해외로 나가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것은 분명 한국 야구의 위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들의 빈자리를 메워줄 스타가 탄생해야 한국 야구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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