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FA부터 되라. 예비FA 프리미엄 없어졌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4-01-24 09:06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광풍이 불었다. 검증된 FA를 잡기위한 팀들의 경쟁이 치열했고, 역대 최고액인 75억원의 강민호(롯데) 등 FA 대다수가 대박을 터뜨렸다. KT가 새롭게 FA시장에 뛰어들 올시즌은 더욱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시즌 뒤 FA가 되는 선수들의 연봉 협상에 관심이 모아졌다. 해당 선수들에게 구단이 잡고싶다는 뜻을 보여주면서,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보상금을 많이 챙기기 위해 큰 폭으로 연봉을 인상하는 예비 FA 프리미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예비 FA들의 연봉 재계약을 보면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듯 하다. SK를 제외하고 대다수 구단이 팀 성적과 개인 성적에 맞춰 연봉 계약을 했다.

SK는 지난해 예비 FA였던 정근우 송은범의 연봉을 2억4000만원씩 올려줬다. 3억1000만원이던 정근우는 5억5000만원을 받았고, 2억4000만원이던 송은범은 4억8000만원에 계약했다. 성적에다가 예비 FA의 프리미엄까지 얹어준 결과였다. 송은범은 시즌 중 KIA로 트레이드 됐지만 정근우는 FA로 한화로 옮겼다. SK는 한화로부터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으로 정근우의 연봉 5억5000만원의 3배인 16억5000만원을 받았다. 선수를 뺏긴 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정근우를 보내면서 11억원의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다.

올해 연봉 협상에서도 SK의 예비FA들은 후한 대접을 받았다. SK는 무려 7명의 예비 FA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팀은 사실상 리빌딩을 해야할 처지다. 올시즌 FA 최대어로 꼽히는 최 정은 지난해 5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이 오른 7억원에 재계약했다. FA나 해외 진출 선수를 제외한 역대 최고액의 연봉 계약이다. 최 정은 지난해 타율 3할1푼6리에 28홈런, 8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기둥역할을 했다. 인상 요인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예비 FA이기에 역대 최고액인 7억원이 가능했다고 봐야한다.

외야수 김강민도 2억원에서 50%가 오른 3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서 탈출해 타율 3할1리, 10홈런, 55타점을 기록했지만 팀이 6위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대폭 인상으로 봐야할 듯하다. 박재상도 2000만원 오른 1억6000만원에 사인했고, 조동화도 3000만원이 인상된 1억2000만원을 받게 됐다. 포수 정상호도 82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타율 2할8푼9리에 6홈런, 26타점으로 활약했고, 연봉이 1억5500만원으로 2500만원이 올랐다. 투수 이재영(1억2000만원)과 KIA에서 이적한 김상현(1억6000만원)이 부진했지만 연봉이 동결된 것도 FA 프리미엄 덕분이다.

삼성의 예비 FA들도 연봉이 인상됐지만 예비 FA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보기 어렵다. 윤성환은 전지훈련 불참까지 감수하면서 끈질기게 구단과 줄다리기를 해 지난해(3억원)보다 50%가 오른 4억5000만원에 재계약했다. 프리미엄이 붙은 것 같지만 윤성환의 성적과 삼성 선수들의 재계약 현황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윤성환은 지난해 13승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해 다승 3위-평균자책점 5위에 올랐다. 삼성 투수 중에서 고과 1위였다. FA가 아닌 최형우가 1억7000만원 오른 4억5000만원에 계약하고, 채태인은 6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이 오른 2억1000만원이 된 것을 보면 윤성환의 인상폭도 커보이지는 않는다.

두번째 FA를 앞둔 배영수는 다승왕에 오르며 1억원이 오른 5억5000만원에 사인했고, 또 다른 예비 FA 안지만도 23일 3억원에서 1억1000만원 오른 4억1000만원에 계약했다. 권 혁은 4000만원 오른 2억6000만원, 조동찬은 1억5000만원에서 7000만원이 올랐다. 넥센 이성열은 72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52.8%가 올랐는데 1억원 미만의 연봉을 받은 것을 보면 성적에 따른 인상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거물급 예비 FA인데도 오히려 삭감된 경우도 있다. KIA 송은범은 지난해 4억8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이 깎인 3억원에 재계약했다. 송은범은 지난해 5월 6일 SK에서 KIA로 트레이드됐을 때만 해도 타이거즈를 4강 이상으로 이끌 핵심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부진이 이어지면서 1승7패5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7.35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FA자격을 얻지 못해 올시즌 FA에 재도전하지만 KIA는 냉정하게 잣대를 들이댔다. 롯데 김사율도 부진에 삭감의 찬바람을 맞았다. 김사율은 지난해 3승7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4.00으로 기대에 못 미쳤고, 1억9000만원에서 4000만원이 깎인 1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FA가 될 때까지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정상적인 연봉협상을 하고 FA가 된 뒤에 FA로서 협상을 하겠다는 뜻이다. FA가 되기전부터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SK는 지난해 정근우에게 큰 폭의 연봉을 안겨줬지만 결국 한화에 뺏겼다. 또 대형 FA의 몸값이 너무 커져서 보상금으로는 타 팀이 영입의지를 꺾지 못하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예전에는 대형 FA가 30억∼40억원에 계약할 경우 보상금이 계약 총액의 30∼40%를 차지해 크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20%대로 떨어졌다. 예비 FA의 프리미엄을 받은 선수와 받지 못한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뒤 FA시장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주요 예비FA 연봉 재계약 내용

선수=팀=지난해 성적=연봉 재계약

박재상=SK=타율 0.263, 8홈런, 36타점=1억4000만원→1억6000만원(↑14.3%)

김강민=SK=타율 0.301, 10홈런, 55타점=2억원→3억원(↑50%)

조동화=SK=타율 0.256, 19타점, 24도루=9000만원→1억2000만원(↑33.3%)

최 정=SK=타율 0.316, 28홈런, 83타점=5억2000만원→7억원(↑34.6%)

배영수=삼성=14승4패, 평균자책점 4.71=4억5000만원→5억5000만원(↑22.2%)

윤성환=삼성=13승8패, 평균자책점 3.27=3억원→4억5000만원(↑50%)

안지만=삼성=6승2패 22홀드, 평균자책점 3.11=3억원→4억1000만원(↑36.7%)

권 혁=삼성=1패3홀드, 평균자책점 3.96=2억2000만원→2억6000만원(↑18.2%)

조동찬=삼성=타율 0.240, 7홈런, 25타점=1억5000만원→2억2000만원(↑46.7%)

이성열=넥센=타율 0.236, 18홈런 48타점=7200만원→1억1000만원(↑52.8%)

정상호=SK=타율 0.289, 6홈런, 26타점=1억3000만원→1억5500만원(↑19.2%)

이재영=SK=2승4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5.56=1억2000만원→1억2000만원

김상현=SK=타율 0.236, 7홈런, 37타점=1억6000만원→1억6000만원

김사율=롯데=3승7패 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4.00=1억9000만원→1억5000만원(↓21.1%)

송은범=KIA=1승7패 5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7.35=4억8000만원→3억원(↓37.5%)


예비FA인 삼성 안지만은 23일 3억원에서 1억1000만원 오른 4억1000만원에 재계약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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