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3년 연속 연봉삭감, 최희섭에게 봄날은 올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1-23 17:55


◇KIA 최희섭이 또 다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3년 연속 연봉이 깎였다. 2014년 연봉은 1억원이다. 자존심의 마지노선. 최희섭이 명예를 회복할 기회는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다. 지난해 8월 15일 두산과의 광주 경기에서 삼진을 당하고 돌아서는 최희섭.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KIA 최희섭(35)의 겨울은 최근 계속 춥기만 하다.

KIA의 유일한 '연봉 미계약자'였던 최희섭이 진통끝에 23일 구단과 재계약에 합의했다. 연봉 1억원. 지난해보다 5000만원(33.3%)이 깎여나갔다. 2007년 국내 무대로 유턴한 뒤 가장 낮은 연봉이다. 그나마 최소한의 자존심인 '억대 연봉'을 지켰다는 게 다행이다.

그렇다고 딱히 하소연할 꺼리도 없다. 그만큼 성적이 수 년간 계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연봉계약을 한 최희섭 역시 "하루하루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남겼다. 연봉이 대폭 깎이면 당연히 선수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래도 최희섭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새출발'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스스로도 말보다는 실력으로 실추된 자존심을 세우는 게 훨씬 성숙한 자세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희섭의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2009년(131경기, 타율 0.308, 33홈런, 100타점)을 정점으로 4년 연속 성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 126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6리에 21홈런 84타점으로 체면유지를 한 최희섭은 2011년에는 70경기에 밖에 나서지 못하며 타율 2할8푼1리에 9홈런 37타점으로 성적 부진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어 2012년에는 80경기에서 2할5푼2리 7홈런 42타점에 그치더니 지난해에는 78경기, 타율 2할5푼8리, 11홈런, 42타점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연봉도 3년 연속 크게 깎였다. 2011년 4억원을 받았던 최희섭은 2012년에는 1억7000만원으로 연봉이 57.5%나 깎여나갔다. 2013년에는 다시 2000만원이 깎여 1억5000만원을 받았는데, 올해 여기에서 또 5000만원이 삭감된 것이다.

이제 '억대 연봉'의 마지노선에 서게 됐다. 이는 곧 최희섭의 가치가 그만큼 위기에 섰다는 뜻이다. 최희섭도 할 말은 있다. 기본적으로 몸상태가 계속 좋지 못했다. 무릎과 허리 등에 계속 탈이 생기면서 본연의 실력을 보여줄 수 없었다. 수술도 받고, 재활도 열심히 했지만 몸상태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는 법이다. 부상을 경험하지 않은 프로 선수는 거의 없다. 이 슬럼프를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선수의 가치가 달라진다. 최희섭은 그 동안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2014시즌은 최희섭에게는 존재 가치를 재입증할 수 있는 최종 기회라고 봐야 한다. 스스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한 데에서 최희섭 역시 이런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는 게 입증된다.


하지만 존재가치 재입증의 기회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듯 하다. 무릎 수술로 재활 중인 최희섭은 현재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회복이 늦어지면서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아직 러닝이 불편할 정도다. 당초 재계약이 완료된 뒤 2월중 오키나와 캠프 합류를 노렸지만, 확실치 않다. 바꿔 말하면 국내에서 재활조와 함께 시즌 대비 훈련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보통 이렇게 스프링캠프에 정상적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선수가 정규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은 많지 않다.

때문에 최희섭의 당면과제는 2월 중순 이후라도 캠프에 합류할 수 있도록 재활에 매진하는 것 뿐이다. 체력적으로나마 최적의 몸상태를 만든다면 기술 훈련을 스프링캠프 막판과 시범경기 기간에 다듬어도 늦지 않는다. 재활을 통해 무릎 상태를 끌어올리고, 체력을 쌓는 일. 결국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최희섭의 겨울은 춥고 고독하다. 다시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려면 이 시기를 이겨내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