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상하게 마련이다. 하나의 틀이 굳어져버리는 건 퇴보로 이어지기 십상. 그래서 '경쟁'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경쟁은 건강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프로야구 감독들이 스프링캠프에서 늘 선수들에게 '경쟁'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누구도 정해진 포지션이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면 선수들의 투쟁심이 커진다.
하지만 이런 주전구도가 너무 고착화되면 경쟁력이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다. 2013시즌 안치홍과 김선빈이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을 기록한 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몸이 아플 때 백업 선수가 적절히 뒤를 받쳐준다면 다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안치홍과 김선빈에게 그런 여유는 부족했다.
KIA에는 현재 박기남 외에 딱히 백업 내야수가 없다. 홍재호는 군에 입단했고, 신인 선수들은 기량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민우는 많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보기드문 장신(1m84) 내야수인데다 시즌 20도루 이상이 가능한 스피드도 갖춰 여러모로 활용폭이 넓기 때문.
지난해는 김민우에게는 악몽과 같은 한 해였다. 시즌 초반 33경기에서 타율 2할9푼2리(48타수 14안타)를 기록하며 백업 내야수로 팀내 입지를 굳혀가고 있었다. 2012년의 부진을 씻어낼 수 있는 듯 했다. 그러나 6월에 엄청난 실수를 했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젊은 인생을 전부 망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그것을 가지고 계속 낙인을 찍는 것도 가혹한 일이다.
김민우는 그 사고로 전 소속팀 넥센과의 인연이 사실상 끊겼다. 만약 KIA가 2차 드래프트로 선택하지 않았다면 야구 인생이 어려워질 뻔했다. 때문에 김민우도 KIA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다시 열겠다는 각오가 크다. 그런 김민우가 해줘야 할 역할은 일단 백업 내야수다. 3루수와 유격수, 2루수가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더 활용가치가 크다. 올해 KIA 주장인 이범호도 햄스트링과 허리 부상으로 최근 수 년간 고생했던 선수다. 그래서 3루까지 커버할 수 있는 김민우는 이범호 안치홍 김선빈의 뒤를 모두 받쳐줄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기량이 2010~2011시즌 때 이상으로 올라온다면 백업에서 오히려 주전 자리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힘은 여전하다. 결국 김민우의 존재감은 기존의 주전 내야진에게 '안심'과 '긴장'을 동시에 안겨줄 수 있다. 건전한 경쟁 구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층 성숙한 김민우가 어떤 기량을 펼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