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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변명은 없다. 근성으로 보여드리겠다."
2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박경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LG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일단 염원하던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팀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박경수는 "처음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로 팀 분위기가 활기차고 즐거워보였다"고 말한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박경수는 LG팬들로부터 가장 큰 기대를 모은 공-수를 모두 갖춘 대형 유망주였다. 성남고를 졸업한 2003년 계약금 4억3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1차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LG는 박경수를 차세대 유격수로 키우기 위해 유지현(현 LG 수비코치)의 등번호인 6번을 물려주기도 했다. 얼마나 구단의 기대가 컸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유격수 자리에는 오지환이라는 붙박이 선수가 있고, 2루에도 손주인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김용의, 문선재, 정주현 등 젊은 선수들도 언제든 2루수로 나설 수 있으며 베테랑 권용관도 대기하고 있다. 경찰 제대 후 이번에 함께 팀에 합류한 백창수도 경쟁자다. 박경수는 "눈 깜짝할 사이 우리 팀 내야수들이 정말 많아졌다"며 "주인이형의 플레이를 보며 정말 많이 배웠다. 사실 주인이형 뿐 아니라 내야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배울점이 많았다. 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극제가 된다. 하지만 '내가 어느 자리를 꼭 꿰차겠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일단은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거듭나자는 마음으로 캠프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수가 기술적인 적응을 빨리 마쳐 내야 경쟁 구도에 불을 지핀다면, 팀으로서는 그만큼 도움이 되는 일이 없다.
박경수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났다. 벌써 입단한지 10년이 넘었다"고 말하며 "끝까지 기다려주시며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감사하다. 이제 군대도 다녀왔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답은 하나다. 근성있는 플레이로 투혼을 불태운다면 팬들께서 더 많이 응원해주실 것 같다. 말보다는 플레이 하나하나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