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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신종길, '소포모어 징크스' 피해갈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1-09 11:59 | 최종수정 2014-01-09 12:07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1일 군산구장에서 열렸다. 1-1로 팽팽한 접전이 벌어진 9회말 2사 만루 KIA 신종길이 끝내기 우전안타를 치자 동료들이 환호하며 신종길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군산=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9.11/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

데뷔 시즌에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가 다음 시즌에는 평균 이하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식 표현으로는 '2년차 징크스'. 첫 성공을 경험한 선수들은 그것에 도취되거나 혹은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두 경우 모두 좋지 않다. 도취되면 나태해지고, 압박감을 갖고 있으면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기 어렵다. '2년차 징크스'는 이럴 때 생긴다.

그런데 이 '2년차 징크스'는 꼭 프로 데뷔 2년차 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데뷔한 지 매우 오래된 선수들이라도 이런 현상을 겪을 수 있다. 대신 조건이 있다. 그간 계속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무명으로 있다가 뒤늦게 깜짝 호성적을 낸 경우다. 그런 선수들이 말하자면 '늦깎이 2년차 징크스'를 겪을 수 있다. 긴 무명생활 끝에 이제 성공의 실마리가 보이면서 너무 잘하려다가 오히려 장점을 잃어버릴 때 '늦깎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린다.

KIA 외야수 신종길이 올 시즌 피해야할 것이 바로 이런 '늦깎이 2년차 징크스'다. 신종길에게 주어진 숙제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신종길이야말로 전형적인 '늦깎이 스타'이기 때문. 지난 시즌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신종길에게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신체 조건이나 타고난 힘과 스피드는 대선수가 될 만한데 2004년 프로 데뷔 후 10년 동안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따라붙은 '10년차 유망주'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 여러 감독들이 기회를 줬지만, 신종길은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2013시즌은 어쩌면 신종길에게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신종길은 2013년 화려한 성공의 꽃을 피워냈다. 시즌 초반 주전 외야수 김주찬의 부상으로 생긴 자리에 들어가더니 그간 쌓아왔던 울분을 그라운드에서 토해내듯 방망이를 휘둘렀다. 결국 101경기에 나와 타율 3할1푼에 117안타 50타점 55득점 29도루의 알찬 성적을 냈다. 팀내에서 유일하게 3할 타율을 넘긴 선수다. 당연히 모든 수치는 개인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로 인해 신종길은 연말 시상식에서 '기량 발전상'을 타는 등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런 신종길의 행보야말로 '늦깎이 2년차 징크스'에 빠지기 쉬운 유형이다. 긴 무명 생활을 한 방에 날려 성공의 달콤함을 맛본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내려고 오버페이스를 하기 십상이다. 이제 막 첫 돌을 지난 딸을 둔 가장인 신종길이 어린 선수들처럼 성공에 젖어 나태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더 좋은 성적'에 대한 유혹은 떨쳐내기 어렵다. 자신의 기량에 대한 확신을 처음으로 갖게된 만큼 더 큰 성공을 위해 너무 의욕을 앞세우다가 실수를 하거나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신종길의 2014시즌 목표는 '최다안타'다. 그러나 이에 앞서 '부상없이 전경기 출전'이 우선적인 목표다. 일단은 '전경기 출전'의 목표 달성에 주력하는 것이 징크스 탈출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전경기에 출전하면 성적은 따라붙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과연 신종길이 '늦깎이 2년차 징크스'를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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