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가 주요 선수들과의 연봉협상 결과를 발표한 후 신연봉제 논란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다. LG는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며 좋은 팀 성적을 거뒀다. '야구 잘하면 연봉을 대폭 상승시켜주고, 못하면 깎는다'라는 신연봉제의 기본 취지 때문에 선수들의 연봉이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의 인상폭을 놓고 "올려주는데는 인색하다"는 말이 나온다. LG의 신연봉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생색내기용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팀의 간판스타이자 상징성이 높은 봉중근에게 확실한 대우를 해줘 여론을 우호적으로 조성하고, 상대적으로 몸값이 싼 선수들의 연봉을 억대로 맞춰주며 돈을 많이 푼 인상을 주려했다는 것이다. LG가 7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봉중근의 계약 사실과 함께 200% 인상률을 기록한 문선재에 관한 언급만 했다. 문선재는 2500만원에서 5000만원이 올라 7500만원이 됐다. 실제 불펜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이동현의 연봉이 1억7000만원에 그치자 신연봉제를 향한 비판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투수 류제국, 외야수 정의윤, 내야수 김용의 등도 활약도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인상률이었다. 10승 투수 우규민이 도장을 안찍고 있는 것도 그만큼 진통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LG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야구를 잘하면 많이 주고, 못하면 많이 깎는다'는 기본 취지는 맞지만, 현재는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LG의 한 관계자는 "신연봉제의 핵심은 연봉 서열이 없다는 것이다. 잘한 선수에게 많이 주는 것은 맞지만, 무턱대고 선수들이 원하는 금액을 맞춰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통, 프로구단들이 선수들과 연봉협상을 할 때 고과 성적 뿐 아니라 연차, 포지션, 활약의 연속성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 연봉 산출을 한다. 예를 들어 3년차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팀 정서에 맞게 인상률을 제한하는 식이다. 하지만 LG의 신연봉제는 다른 조건에 관계 없이 오직 야구만으로 평가를 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구단 내부 고과와 윈쉐어(선수가 팀 승리에 기여한 정도를 수치화한 자료) 점수를 합산해 나온 점수만큼 연봉을 주기 때문에 연봉 서열이 없어지는 것이지, 야구를 잘했다고 무조건 천문학적인 금액을 안겨줄 수 없다는게 LG 측의 설명이다. 특히, FA 시장 과열들로 수억원의 돈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이는 것도 연봉 협상을 힘들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수들도 억울하다. 매시즌 활약이 보장되지 않는다. 좋은 활약을 했을 때, 몸값을 올려야 한다. 특히, 신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는 LG라면 더욱 그렇다. 이미 선수단 사이에는 '깎을 때는 화끈하고, 올려줄 때는 인색하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문제는 현재 신연봉제 시스템이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구단의 내부 고과, 윈쉐어 성적을 합산해 나온 결과대로 연봉을 책정한다고 하니, 선수들이 "조금만 더 올려달라"라고 얘기를 할 수조차 없다. "나온 점수대로 주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구단이 말하면 할 말이 없다. LG 백순길 단장은 "연봉 산출 근거를 공개할 수도 있다. 선수 차별 없이 똑같은 근거로 연봉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점수 산출 방식이다. LG가 봉중근에게 대박 계약을 안긴 것은 봉중근이 윈쉐어에서 프로야구 투수 전체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구단 세이브 역사를 갈아치웠으니 고과 점수도 높았다. 일단 봉중근이 3억원의 돈을 더 받게 된 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동현의 경우 불펜투수로서의 설움을 겪어야 했다. 윈쉐어 프로그램 자체가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 등에 많은 점수를 주는 맹점을 갖고있다. 중간투수가 나와 잘 던지고도 팀이 역전패를 당하거나, 홀드가 기록되지 않을 경우 윈쉐어 점수는 올라가지 않는다. 불펜투수 뿐 아니다. 윈쉐어 자체가 승리 기록에만 집착해 만들어진 점수다. 승리에 연결되지 않은, 선수들의 헌신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LG의 협상 방식이 문제라기 보다는 제도 자체에 보완할 점이 있다는 뜻이다.
LG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백 단장은 "불펜투수들의 경우 내부 고과에서 더 좋은 점수를 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내년에는 큰 잡음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