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추신수에게 힘들었던 일 세가지는?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3-12-30 17:07


분명 그냥 최고의 선수가 된 것은 아니다. 7년간 1억3000만달러라는 역대 외야수 6위, 아시아선수 최고액 계약을 한 추신수(텍사스)에게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실력이 모자라는 게 아닌 정신적인 고통은 남들에게 얘기하기 힘들었다.

이제서야 말하는 그의 힘들었던 시간. 추신수는 30일 귀국한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공식인터뷰에서 자신이 힘들었던 순간들을 가감없이 말했다.

왼손투수에게 약하다는 꼬리표는 그에게 엄청난 시련으로 다가왔었다. 지난 2011년 클리블랜드시절 조나단 산체스의 투구에 왼손 엄지를 다친 뒤 복귀하고서 추신수는 이상하리만치 왼손 투수의 공을 제대로 치질 못했다. 2012년 오른손 투수에겐 타율 3할2푼7리를 기록했지만 왼손투수에겐 1할9푼9리의 부진을 보인 것.

추신수는 그때를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든시기로 세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여기까지 잘 왔는데 그것(왼손투수에 약하다는 것) 때문에 반쪽짜리 선수가 된다는게 힘들었다. 기술로도 해결이 안되는 정신적인 문제였다"고 한 추신수는 갖은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정신과 의사도 만나보고 왼손투수의 공을 잘치는 타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의 말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왼손 투수가 공을 던지려고 움직여도 나에게 공이 날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 추신수는 가족을 생각했다. "여기서 겁을 먹고 물러서게 되면 우리가족이 밖에 나앉게 된다는 생각을 했다"는 추신수는 "왼손투수와 상대하는 게 아니라 나와의 싸움이었다. 계속 때리다보니 극복됐다"고 했다. "잘 친 타구가 정면으로 가는 타구도 많았다. 결과에 신경 안쓰고 기록도 안보고 하다보니 나아지더라"고 했다.

2007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때는 한국행을 심각하게 생각했었다. 스스로 "운동은 타고난 것 같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굉장히 빨리 배웠다"는 추신수도 벽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2007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때. "당시 가족이 생기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하다보니 확실하게 나를 받아 줄 수 있는 한국이 생각났다. 한국에 가면 말도 통하고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결심하고 와이프에게 말했는데 아내가 말렸다. 당시 실밥도 뽑지 않았을 때인데 그때부터 와이프와 얘기를 하면서 뭔가 모르는 힘이 생겨났다. 당시 재활을 정말 열심히 해서 2개월 정도 빨리 복귀했었다"라고 했다.

미국에서 살면서 가지고 있는 외로움은 한국 선수라면 누구나 가질 수 밖에 없을 듯. 18세때 미국으로 떠나 오랜 기간을 살아온 추신수에게도 미국에서 사는 것은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다. 미국에서 살면서 힘든 일이 무엇이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국 생활 자체가 힘들었다"고 했다. "난 한국에서 야구만 했고, 미국에서도 야구 하나만 보고 갔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었다. 야구만 했기 때문에 사회생활도 익숙하지 않았다"라면서 "친구도 없이 혼자 생활하다보니까 외로웠다. 외로움이 가장 컸었다. 그래서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이제 그런 선수들도 돌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최고의 선수 자리에 오른 추신수를 버티게 한 것은 목표에 대한 강한 의지였다. 어린 선수들에게 "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라며 "지금은 그때보다 환경이 좋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이 나보다 공부도 더 하고 책도 많이 읽으면 좋겠다.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추신수는 앞으로 2주간 개인 활동을 한 뒤 1월12일쯤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추신수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추신수는 28일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 공식 입단 했다. 7년간 총액 1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텍사스맨이 되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나서고 있는 추신수.
소공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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