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김수경' 멀더, 은퇴 6년만의 복귀 도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12-11 11:51 | 최종수정 2013-12-11 11:51


프로야구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희망사항 1순위. 바로 '오랫동안 현역으로 뛰는 것'이다. 신인이든, 10년차 이상 베테랑이든 똑같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한 가지 대답. "할 수 있는 한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현역'은 선수들에게는 같한 의미를 준다. 이를 위해 힘겨운 재활 과정을 이겨내거나, 일부러 험난한 길을 택하는 인물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넥센에서 은퇴후 불펜 투수코치를 하다가 최근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현역으로 복귀한 김수경이다. 김 전 코치는 지난 10월 8일 고양 원더스에 선수로 입단했다.

지난해 은퇴 후 물러나 후배들을 1년간 가르쳤는데, 같이 운동을 하다보니 마운드에 다시 서고 싶은 열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화려한 은퇴식과 안정된 코치직을 마다하고 독립구단에서 다시 공을 잡은 김 전 코치의 열정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그런데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제 2의 김수경' 같은 인물이 있다. 바로 과거 '오클랜드 영건 3인방' 중 하나였던 장신 좌완투수 마크 멀더. 은퇴 6년 만에 현역 복귀를 추진 중이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11일(한국시각) "2009년에 은퇴했던 멀더가 다시 현역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멀더는 어깨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끝에 결국 2008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바 있다.

199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오클랜드에 지명된 멀더는 2000 빅리그에 데뷔해 팀 동료인 배리 지토, 팀 허드슨과 함께 선발에서 '영건 3인방'을 구축하며 오클랜드의 부흥을 이끌었었다. 1m98의 장신에서 던지는 낙차 큰 커브는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2001년에는 21승8패에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그해 사이영상 투표에서 뉴욕 양키스의 로저 클레멘스에 밀려 아쉽게 2위에 그친 멀더는 2004년까지 4시즌 연속 한해 15승 이상을 기록한 뒤 2005년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했다.

세인트루이스 이적 첫 해만해도 16승(8패)에 평균자책점 3.64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멀더는 어깨 부상을 당하며 2006년부터 급격히 추락했다. 결국 두 차례 수술을 받으며 재기를 노렸으나 2008년 3경기(선발 1회)에만 나와 1⅔이닝만 던진 것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이후에는 2011년 ESPN 애널리스트로 변신하며 현장에서는 완전히 멀어진 듯 했다.

하지만 멀더는 우연한 기회에 다시 현역 복귀의 꿈에 불을 지피게 됐다. 공교롭게도 TV중계에 나온 LA다저스 불펜 투수 파코 로드리게스의 투구폼을 본 것이 계기였다. 지난 10월 로드리게스가 던지는 장면을 본 멀더가 그의 투구폼을 흉내내 공을 던져봤는데, 자신이 갖고 있던 문제점의 해결책을 발견한 것이다. 멀더는 원래 투구 동작에 들어간 뒤 팔을 몸통에서 떨어트린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 그런데 로드리게스처럼 팔을 끝까지 상체쪽으로 붙여 던지자 한결 나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에 확신을 얻은 멀더는 10월 말부터 피닉스 지역에서 전 메이저리거 포수 채드 뮬러가 운영하는 훈련 시설을 찾아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결국 최근 구속이 90마일(시속 145㎞)까지 나왔고, 실전에도 등판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다. 멀더는 "얼마나 흥분이 되는 지 모르겠다. 5~6주 전에는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다"면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테스트를 받고 싶다고 전했다. 더 이상 '영건'은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멀더가 다시 현역으로 돌아오게 될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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