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희망사항 1순위. 바로 '오랫동안 현역으로 뛰는 것'이다. 신인이든, 10년차 이상 베테랑이든 똑같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한 가지 대답. "할 수 있는 한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제 2의 김수경' 같은 인물이 있다. 바로 과거 '오클랜드 영건 3인방' 중 하나였던 장신 좌완투수 마크 멀더. 은퇴 6년 만에 현역 복귀를 추진 중이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11일(한국시각) "2009년에 은퇴했던 멀더가 다시 현역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멀더는 어깨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끝에 결국 2008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바 있다.
199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오클랜드에 지명된 멀더는 2000 빅리그에 데뷔해 팀 동료인 배리 지토, 팀 허드슨과 함께 선발에서 '영건 3인방'을 구축하며 오클랜드의 부흥을 이끌었었다. 1m98의 장신에서 던지는 낙차 큰 커브는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세인트루이스 이적 첫 해만해도 16승(8패)에 평균자책점 3.64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멀더는 어깨 부상을 당하며 2006년부터 급격히 추락했다. 결국 두 차례 수술을 받으며 재기를 노렸으나 2008년 3경기(선발 1회)에만 나와 1⅔이닝만 던진 것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이후에는 2011년 ESPN 애널리스트로 변신하며 현장에서는 완전히 멀어진 듯 했다.
하지만 멀더는 우연한 기회에 다시 현역 복귀의 꿈에 불을 지피게 됐다. 공교롭게도 TV중계에 나온 LA다저스 불펜 투수 파코 로드리게스의 투구폼을 본 것이 계기였다. 지난 10월 로드리게스가 던지는 장면을 본 멀더가 그의 투구폼을 흉내내 공을 던져봤는데, 자신이 갖고 있던 문제점의 해결책을 발견한 것이다. 멀더는 원래 투구 동작에 들어간 뒤 팔을 몸통에서 떨어트린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 그런데 로드리게스처럼 팔을 끝까지 상체쪽으로 붙여 던지자 한결 나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이에 확신을 얻은 멀더는 10월 말부터 피닉스 지역에서 전 메이저리거 포수 채드 뮬러가 운영하는 훈련 시설을 찾아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결국 최근 구속이 90마일(시속 145㎞)까지 나왔고, 실전에도 등판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다. 멀더는 "얼마나 흥분이 되는 지 모르겠다. 5~6주 전에는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다"면서 메이저리그 구단의 테스트를 받고 싶다고 전했다. 더 이상 '영건'은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멀더가 다시 현역으로 돌아오게 될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