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클볼러' 허 민 구단주, ML 진출을 꿈꾸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12-08 07:20



"기업인이 아닌 야구인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 최고 스타는 프로야구 각 팀을 대표하는 스타들도,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인기 연예인도 아닌 고양원더스 허 민 구단주였다. 양준혁 감독의 양신팀 선발투수로 등판한 허 구단주는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너클볼을 던지며 프로 선수들의 눈을 휘둥그래지게 만들었다.

너클볼 상대한 조성환 "뭐 이런 공이 있나"

허 구단주는 이날 경기에서 1이닝 만을 소화했다. 상대 종범신팀의 톱타자는 롯데 조성환. 허 구단주의 너클볼을 가장 처음 체험한 선수였다. 경기 후 만난 조성환은 허 구단주의 너클볼에 대해 "소문을 익히 들어 신경을 쓰고 지켜봤다. 회전이 전혀 없이 들어오다 뚝 떨어졌다. 실밥이 그대로 보이더라. 스피드가 느렸지만 타이밍을 맞추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밝혔다. 조성환은 허 구단주를 상대로 우전안타를 뽑아냈는데, 사실 빗맞은 타구의 코스가 좋았다. 조성환은 "컨트롤이 생갭다 너무 좋았다. 떨어지는 위치를 알고 던지는지, 아닌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며 "오래 연습하셨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 느낌이 들더라. 만약 프로 선수 중 너클볼을 완벽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있으면 상대하기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허 구단주의 말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허리가 아프로 날씨가 추워 제대로 너클볼을 던질 수 없었다고 한다. 손 끝의 감각으로 던지는 너클볼인데 날씨가 추워 평소 위력이 아닌 맛보기 수준으로만 보여줬다고 했다. 겨울엔 너클볼을 던지지 않는데 행사 취지가 너무 좋아 참가를 고사할 수 없었다. 단, 불펜에서 몸을 풀 때 딱 1개의 공을 전력으로 던졌는데 그 공을 우연히 본 SK 김광현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허 구단주는 경기 후 "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데,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는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너클볼을 배우는 것 뿐이었다. 8년 동안 매일 공을 던졌다"고 말하며 "정식경기는 아니었지만 내 너클볼을 국내팬들과 선수들에게 보여줬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 메이저리그에서 불러주지 않을까"

야구 얘기가 이어지자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1년에 개인 재산 40억원씩을 투자해 독립구단 고양원더스를 이끄는 것도, 일반인 신분에 8년 동안 너클볼을 연마해 미국 독립리그에 선수로 진출한 것도 단순한 쇼로 보여지지 않는다.

고양원더스는 이제 국내야구 발전의 한 축이 됐을만큼 큰 의미를 갖는 구단이 됐다. 잘 운영되고 있다. 당장 선수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허 구단주는 "내년 시즌 지금 뛰고있는 팀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지금 뛰고있는 리그는 마이너리그 싱글A 수준이다. 그 위에 트리플A 수준의 리그가 있다. 그 리그로 승격되는게 당장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상위리그에 가고 싶은 이유가 명확히 있다고 밝혔다. 허 구단주는 "트리플A 수준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 더 좋은 것에서 오퍼가 오지 않게는가"라고 말했다. 농담이 아닌, 진심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것. 허 구단주는 "보통 너클볼러들이 45세 정도에 은퇴를 한다더라. 나에게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있다"며 "모든 일에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실패해봤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될 때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고양원더스 스프링캠프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김성근 감독이 허 구단주에게 이것저것 지도를 해줬다. 김 감독 덕에 퀵모션을 1.2초까지 줄였다. 미국 독립리그 데뷔전에서 상대 가장 빠른 주자의 도루를 막아냈다. 김 감독이 이번 캠프를 앞두고는 "사정없이 훈련시킬 것이니 각오를 하고 들어오시라"라고 했단다. 허 구단주는 김 감독의 지옥훈련을 소화해내기 위해 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야구를 하고 싶으면 자신의 팀인 고양원더스에서 편안한 환경 속에 선수 생활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구단주 겸 선수, 이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고양 선수가 되는 것에 허 구단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 구단주는 "내가 선수로 뛰면 간절하게 야구를 하는 선수들의 한 자리를 빼았는 것이다. 그렇게 야구를 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김성근 감독님의 훈련량을 소화할 수도 없다"는 농담도 곁들였다. 허 구단주는 "이기기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닌, 야구를 위해 야구를 하는 미국야구가 재밌다. 팀 동료들이 보고싶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데, 시차 때문에 새벽에 문자가 쏟아져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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