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훈련 마친 롯데, 흘린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는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12-01 11:58


롯데 자이언츠는 35일 동안 일본 가고시마에서 마무리 훈련을 했다. 그중 휴식일은 1주일 정도. 4~5일 훈련 이후 하루 휴식. 최근 몇년간 이 정도로 강도면에서 빡빡했던 훈련은 없었다. 로이스터와 양승호 전 감독의 지휘봉 아래에선 훈련의 양 보다는 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 롯데 마무리 훈련은 질과 양 두 측면에서 모두 선수들을 힘들게 몰아갔다. 롯데 구단에서 강한 훈련을 통한 치열한 경쟁 구도를 원했다. 김시진 감독도 느슨한 마무리 훈련은 반대했다. 훈련 강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후 누가 내년 시즌 두각을 나타낼지를 보고 싶었다.

김시진 감독은 내년이면 롯데 사령탑으로 2년째를 맞는다. 롯데와 2012년말, 3년 계약했다. 2015년 11월까지 계약이 돼 있지만 내년에 승부를 건다는 생각이다. 그는 "2014년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올해 5위로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해 김 감독을 도왔던 권영호 수석코치가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났다. 권 수석은 김 감독이 구단에 요청해 데려온 지도자였다. 권 수석의 경질은 김 감독에게 시사하는 메시지가 크다. 부진했던 성적에 대한 문책이며 누구라도 2014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이번 마무리 훈련 성과로 경쟁 구도를 꼽았다. 외야구 김문호 김대우, 내야수 박종윤의 타격 실력이 향상됐다. 김문호는 좌익수와 1번 타자 후보다. 이승화 조홍석 등과 주전경쟁을 해서 살아남는 선수는 시즌 개막 때 선발로 출전한다. 롯데는 2013시즌 한 시즌 내내 붙박이 1번 타자가 없어 고생했다. 4번 타자로 주목을 받았던 김대우는 가능성의 꽃을 피우지 못했다. 박종윤도 높은 공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가능성에서 머물렀다. 박종윤은 퍼올리는 기존의 타격폼을 레벨 스윙으로 수정해 약점을 보완했다.

유격수 신본기는 수비력이 더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규현 박기혁과의 주전 경쟁도 불꽃이 튈 수밖에 없다. 박기혁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얻었지만 선언을 하지 않았다. 2014시즌에 제대로 성적을 낸 후 FA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문규현 역시 내년에도 백업이면 미래가 불투명할 수 있다.

투수진에선 이재곤 홍성민 배장호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이드암 이재곤은 마무리 훈련 MV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였다. 이재곤은 2013시즌을 앞두고 가진 스프링캠프에서도 최고의 기대를 모았지만 실전에선 기대치에 모자랐다. 3승3패. 훈련에서 보여준 빼어난 피칭이 정규시즌에선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재곤의 경우 구위 보다 정신력 면에서 단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롯데는 내년 1월 중순 사이판과 가고시마로 이동,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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