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모두 놓친 두산 딜레마, 사라진 경쟁원동력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3-11-19 07:15


이종욱의 한국시리즈 경기장면.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두산은 FA 시장에서 세 명을 모두 놓쳤다. 이해할 수 있지만, 많이 우려스럽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1.01/

두산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3명을 모두 놓쳤다.

이 사실을 두고 여러가지 시선이 엇갈린다. 올해 FA 시장은 한마디로 미쳤다. 9, 10구단 창단으로 인해 선수부족의 극단을 달리는 시기였다.

쓸 만한 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강민호 정근우 이용규 장원삼은 4년간 6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액수로 계약했다.

두산에서 풀린 3명의 선수도 '대박'을 쳤다. 이종욱은 4년 50억, 손시헌은 4년 30억원으로 NC, 최준석은 4년 35억원에 롯데로 둥지를 옮겼다.

사실 FA를 놓친 구단도 뼈아프지만, 이런 계약은 영입한 구단에게 더욱 많은 부담을 준다. 평범한 활약가지고는 안된다. 시즌 중 부진하다고 뺄 수도 없다. 책임론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팀내 위화감도 조성될 수 있다. 한마디로 '돈값'을 못한다면 수많은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두산은 인프라 구축에는 열성을 보인다. '화수분 야구'로 각광을 받는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팀은 아니다. 특히 외국인 선수이 대한 과감한 베팅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그런데 올 시즌 같은 FA의 미친 시장에서 단 하나의 FA도 잡지못한 두산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게다가 두산은 대안이 충분히 있다. 손시헌의 빈자리는 이미 김재호라는 강력한 대안이 있다. 최준석의 자리에도 홍성흔과 오재일 등이 있다. 이종욱과 계약을 하지 못한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다. 하지만 두산은 김현수 민병헌 정수빈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박건우라는 매우 좋은 자질을 가진 외야수 요원도 있다. 때문에 무리한 투자로 팀의 밸런스와 분위기를 깨뜨릴 이유는 없다. 이 부분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FA를 모두 놓친 두산의 부작용은 없을까.


올 시즌 두산은 리그 최고의 타격팀이었다. 팀 타율이 1위. 지난해 '두점 베어스'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은 팀의 대반전이었다.

그 원동력은 시즌 전부터 설정한 극심한 경쟁이었다. 타 팀에서 뛰면 당장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수준높은 주전과 백업이 시즌 전 전지훈련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최선의 결과로 나타났다. '베스트 9'을 조기에 확정짓고, 백업 멤버의 역할을 고정시켜야 안정적인 경기력이 나온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타 팀에서는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백업 선수들이 기회만 되면 제 역할을 넘어 맹활약을 펼쳤다. 결국 주전들 역시 그라운드에서 최상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물이 리그 타격 1위와 함께 포스트 시즌 돌풍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FA 3명의 선수가 빠져나가면서 확실히 야수진의 깊이가 떨어졌다. 한마디로 경쟁의 원동력이 떨어져 버린 셈이다. 이제 다시 두산은 기존의 남아있는 선수들과 유망주들이 '전쟁같은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FA 3명을 대체할 유망주들이 제대로 백업을 해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두산이 FA를 잡지 못한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전력의 감소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경쟁의 원동력이 상당부분 감소됐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두산이 현재 닥친 딜레마다. 어떻게 풀 지 궁금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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