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몸값, 이대호 이승엽 국내 남았다면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11-14 11:05


오릭스 이대호가 만일 2년전 국내 롯데에 남았다면 사상 첫 몸값 100억원이 주인공이 됐을 것이다. 스포츠조선 DB

롯데는 13일 '포수 강민호와 계약기간 4년, 총액 75억원에 FA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3년말 현대에서 FA로 풀린 외야수 심정수가 당시 삼성과 맺은 4년-60억원을 훌쩍 뛰는 역대 최고액 기록이다. 10년만에 FA 시장에 '초대형' 계약 소식이 들려왔다. 강민호는 계약금 35억원을 일시불로 받고, 연봉은 매년 10억원이다. 별도의 인센티브 조항은 밝히지 않았다.

선수들의 몸값 거품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정수 뿐만 아니라 지난해 김주찬과 2011년 이택근 등 최근 50억원 이상의 초대형 계약이 터질 때마다 FA 시장 과열 분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선수들은 단 한 번의 계약으로 돈방석에 앉는 일생일대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만,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구단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원하는 FA를 돈다발을 들고 '모셔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선수들의 비상식적 몸값 상승을 막을 방법은 구단들이 경쟁을 벌이는 이상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 80년대 후반 선수들의 몸값 폭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구단들이 짜고 FA들과의 계약을 단체로 꺼리는 '담합'을 행한 적이 있다. 당시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이같은 담합 행위를 한 구단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2억8000만달러의 배상액을 받았다. 선수 계약에 관한 구단간 담합이 엄연한 불법이라는 결론이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지난 2009~2010년, 구단들이 '계약기간은 무조건 1년, 연봉은 해당 FA의 전년도 연봉의 150%를 넘을 수 없다'며 관련 FA 규정 준수를 선언했지만, 물밑으로는 경쟁적으로 FA 영입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경쟁의 구조하에서 '죄수의 딜레마'는 계속해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선수들의 몸값 규모는 머지 않아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SK 최 정이 내년 시즌 후 FA가 되며, 두산 김현수는 2015년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현재의 기량을 이어간다면 100억원의 계약을 이뤄낼 수 있는 후보들이다.

그러나 총액 100억원 기록은 사실 이전에도 나올 수 있었다.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롯데는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에게 4년간 총액 100억원의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는 롯데의 러브콜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공식적으로는 100억원의 제안을 받은 사상 첫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만약 이대호가 롯데의 100억원 제안을 받아들여 그대로 남았다면, 이후 FA 시장 판도는 더욱 뜨거운 분위기로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삼성 이승엽은 지난 2003년 FA 자격을 얻어 구단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액수의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스포츠조선 DB
이대호 이전에는 이승엽이 있었다. 이승엽은 56홈런을 친 지난 2003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당시 야구계에는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선언했던 이승엽을 잡기 위해 삼성 구단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제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만약 이승엽이 해외 진출을 포기하고 삼성에 남았다면 사상 처음으로 몸값 100억원의 주인공이 됐을지도 모른다. 그해 이승엽은 LA 다저스 입단을 추진했다가 만족스러운 조건을 제시받지 못하자 방향을 틀어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와 전격적으로 입단 계약을 했다.

이번에 FA 자격을 얻은 KIA 윤석민도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면 강민호 못지 않은 대우를 받을 후보였다. 국내 FA 자격을 획득한 삼성 오승환도 해외 진출을 접고 이러한 몸값 경쟁에 뛰어들었다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선수가 됐을 지도 모를 일이다. 상상에 그쳐 버린 일이 됐지만, LA 다저스 류현진이 국내 잔류를 목표로 두 시즌 더 한화에서 던진 뒤 FA가 됐다면 그 몸값 규모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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