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근우 놓치면 상황 꼬이는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11-12 09:33


SK 정근우는 최근 7년 동안 타율과 득점에서 전체 톱타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스포츠조선 DB

올해 7년만에 포스트시즌 실패를 맛본 SK는 그 어느 팀보다도 바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남들이 가을 잔치를 즐기던 10월 코칭스태프를 대거 개편했고, 일찌감치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도 시작했다. 계약기간 1년을 남긴 이만수 감독에 대해서는 신뢰를 보내며 힘을 실어줬다.

11월부터는 전력을 다지는 기간이다. 이미 외국인 선수 크리스 세든, 조조 레이예스와의 재계약 방침을 굳혔다. 올시즌 세든은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레이예스는 기복이 있었지만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8승13패,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했다. 레이예스에 대해서는 더 나은 투수를 구하기 힘들다는 현실론과 내년 시즌에는 한층 안정된 기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작용했다. 물론 두 투수가 SK의 신뢰를 저버리고 일본 또는 메이저리그로 떠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SK는 내년에도 세든, 레이예스, 김광현, 윤희상을 중심으로 하는 로테이션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FA 정근우와의 재계약이 현안으로 떠오른 SK는 그와 무조건 재계약한다는 방침이다. 정근우를 잡지 못하면 전력 구성 작업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최근 정대현 이승호 이호준 등 간판 선수들을 잡지 못한 탓에 그 연장선상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SK와 정근우는 11일 첫 만남을 가졌다. 민경삼 단장이 직접 나섰다. 민 단장은 "유익한 자리였다"고 했고, 정근우는 "이번 FA 가운데 최고 수준을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민 단장에 따르면 구체적인 액수를 서로 밝히지는 않았고, 양측은 13일 두 번째 협상을 갖기로 했다.

민 단장은 "이번에도 FA 몸값이 너무 올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근우는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다음에 만날 때는 서로 생각하는 조건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근우 없는 SK는 사실 '조타수 없는 배'와도 같다. 공격, 수비, 주루에서 선봉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산 3할1리의 타율과 565득점, 269도루를 기록했다. 최근 7년간 성적을 놓고 보면 전체 타자들 가운데 타율은 3할6리로 4위, 출루율은 3할8푼2리로 7위, 득점은 485개로 3위, 도루는 220개로 4위다. 특히 타율과 득점은 전체 톱타자들 중 1위다. 현실적으로 SK에서 그를 대신할 자원은 없다고 보면 된다. 4년 계약을 할 경우 계약 마지막 해인 2017년 정근우는 35세가 된다. 향후 4년간 여전히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는 나이다. 이러한 정근우의 '업적'과 향후 4년간의 활약상에 대해 SK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만일 정근우를 잡지 못할 경우 SK는 전체적인 전력을 꾸리는데 있어 상황이 복잡해진다. 일단 어떤 스타일의 외국인 타자를 데려와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SK는 한 명 남은 외국인 선수를 찾기 위해 오는 15일 도미니칸 윈터리그에 스카우트팀을 파견한다. 민 단장은 새롭게 데려올 외국인 타자에 대해 "스타일을 정해놓고 현지에 나가서 해당 선수를 만나는게 아니다. 전체 판을 놓고 판단을 해야 한다. 발 빠른 선수가 될 수도 있고, 거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SK의 전력을 들여다 보면 4번을 맡을 거포가 필요하다.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도 거포들을 중점적으로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근우와의 재계약에 실패한다면 그를 대신한 발빠른 내야수 톱타자감도 함께 찾아봐야 한다. 역대 외국인 선수 가운데 톱타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사례는 드물다. 정근우만한 '용병'을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민 단장도 "지금 우리한테는 4번이 필요한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톱타자, 외국인 선수, 내야 수비진' 등 정근우 재계약 문제는 SK 전력의 여러 측면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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