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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첫 포스트시즌, 자신감이 중요하다."
발렌수엘라의 스크류볼 vs 류현진의 체인지업
1981년 발렌수엘라가 '페르난도 마니아'라는 애칭으로 활약한 데엔 '스크류볼'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발렌수엘라의 스크류볼은 역회전으로 돌며 우타자의 무릎 쪽을 파고드는 형태였고, 설사 타자들이 볼을 맞히더라도 배트가 두 동강 나기 일쑤였다.
올시즌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큰 화제가 되자 다저스의 릭 허니컷 투수코치와 먼데이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스크류볼과 비견할만하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발렌수엘라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과거 나의 스크류볼과 충분히 비교될 만한 구종이다"라고 동의한 뒤, "90마일 이상의 직구를 던지는 류현진이 80마일 후반대의 내 직구보다 나은 것은 확실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80년대 발렌수엘라의 투구를 봤다는 MLB.com의 켄 거닉 기자도 "발렌수엘라의 직구 속도는 현재의 류현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느린 수준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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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스코의 부진, 포스트시즌의 변수
발렌수엘라에게 포스트시즌 전망과 다저스의 현재 전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재의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팀이다. 공수 양면에서 최고다"라고 못 밖은 뒤, "단기전은 투수 싸움이다, 첫 3경기에 나서는 커쇼-그레인키-류현진이 시즌만큼만 해준다면 세 번의 시리즈(5판3승의 디비전시리즈, 7전4선승제의 챔피언십과 월드시리즈)는 다저스에 유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발렌수엘라는 "4선발이 유력한 놀라스코의 시즌 막판 부진이 포스트시즌 에서의 변수다"고 했다. "비록 다저스가 3인의 강력한 선발이 있지만 세 번의 시리즈 동안 3인의 선발진만 믿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는 것이다.
경기 전 만난 LA타임즈 기자 딜런 에르난데스도 "만약 다저스가 디비전시리즈에서 1승2패로 몰리기라도 한다면 부진한 4선발 놀라스코 대신 3일만 쉰 커쇼가 4차전을 던져야 할지 모른다"며 "그렇게 되면 향후 챔피언십시리즈나 월드시리즈 일정을 감안했을때 투수진에 과부하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발렌수엘라는 놀라스코의 최근 상태에 대해 "다저스로 트레이드 된 초반엔 직구 구속이 90-93마일 정도 였지만, 현재는 80마일 후반대 직구가 많다"며 "현재 놀라스코의 패스트볼로만 판단하면 지쳐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류현진의 경우 신인임에도 시즌끝까지 직구구속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리하고 훌륭하다"고 평했다.
류현진의 첫 PS, "자신감만은 잃지 마라"
발렌수엘라는 1981년 포스트시즌에서 3승1패를 거뒀다. 디비전시리즈에선 팀의 1선발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하며 2경기서 1승(완봉승) 평균자책점 1.06을 기록했고, 챔피언십시리즈에선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상대로 2경기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한 뒤, 월드시리즈 3차전에 양키스를 상대로 등판해 완투승을 기록했다.
발렌수엘라에게 '당시 신인임에도 포스트시즌에서 대단한 성적을 기록했다. 처음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섰을 때 긴장되지 않았나'라고 묻자, 그는 "당시엔 나도 신인이었다. 당연히 긴장도 됐지만 한편으론 즐겁고 흥분되기도 했다"며 "당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던 많은 동료들이 나에게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고 했고 그 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발렌수엘라는 빅리그 데뷔시즌에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류현진에게 주저 없이 "역시 자신감이 중요하다"며 "투수는 컨디션에 따라 공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컨디션이 좋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반대로 컨디션이 나쁠 때도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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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보완할 점은 없는지 묻자 그는 "한 시즌만 보고 단점을 지적하긴 무리가 있다. 류현진은 이미 신인선수로서 팀과 팬들이 기대하는 이상을 충족시킨 선수"라고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완할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발렌수엘라는 "류현진은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가 아님에도 투구수가 많은 편이다. 쉽게 무너지는 투수가 아님에도 7회가 되기 전 100개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투구수 문제는 꼭 보완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투구수 조절만 잘 하면 더 뛰어난 특급투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류현진의 모든 등판경기를 중계한 건 아니지만, 올시즌 류현진을 보니 영리한 선수임이 틀림없다. 이미 뛰어난 선수지만 아직도 발전할 점이 많은 투수라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했다.
1981 다저스 vs 2013 다저스, "올해가 우승의 적기"
발렌수엘라에게 그가 뛰었던 1981년 다저스와 2013년 다저스중 어느팀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강할지 물었다. 발렌수엘라는 "투수진 만큼은 올시즌 다저스가 확실히 좋다. 현재의 다저스는 커쇼 그레인키 류현진까지 6-7이닝을 큰 실점없이 소화할수 있는 투수들이 많다. 그리고 불펜진도 후반기들어 좋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뛰던 시절에는 확실한 승리는 완투였다. 당시에는 큰 경기에 많은 불펜이 나온다는 건 선발투수가 부진했을 때나 연장까지 갔을 때의 이야기"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밖에는 양팀의 전력이 비슷한것 같다. 두 팀이 붙어서 누가 이기는지 보는 방법 말고는 우열을 가릴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발렌수엘라는 "올해가 다저스가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며 자신이 몸담았던 다저스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그는 "다저스가 우승한지 20년이 넘었다. 투수 공격 수비까지 전력상으로 다저스는 빅리그에서 최고팀 중 하나다. 승리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으로 선수들을 모았고, 다저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가 좋은 팀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발렌수엘라는 "오랫동안 팬들과 LA시 전체가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기다려 온 만큼, 반드시 우승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LA=곽종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