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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6번 실패 김시진 감독, 또 정상참작 필요한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9-29 10:48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2013프로야구 경기가 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김시진 감독이 팀이 2-3으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 9회말 마지막 공격을 지켜보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9.01/

6년 만의 포스트 시즌 좌절과 창단 6년 만의 첫 포스트 시즌 진출. 28일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가 받아 쥔 결과물이다. 참 극명하게 대조가 되는 두 팀, 롯데와 히어로즈다.

2000년대 초반 바닥을 때렸던 롯데는 2008년 부터 지난해 까지 부산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 속에 5년 연속으로 가을 무대에 섰다. 비록 우승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부산 팬심을 결집시키는 묘한 힘을 갖고 있었다. 롯데 만의 신명나는 야구가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롯데는 4위로 가을잔치에 나가 3위 두산 베어스를 끌어내리고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롯데는 부산 팬들의 열성적인 지원에 힘입어 최근 몇 년 간 관중 최다동원 팀으로 어깨에 힘을 줬다. 비록 우승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상위권 성적에 최고의 흥행, 두 가지를 손에 쥔 롯데는 행복한 팀이었다.

7-6-7-8-6. 출범 첫 해인 2008년 이후 지난해 까지 히어로즈의 팀 순위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메인 스폰서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운영 자금 부족으로 인해 여러가지 구설수에 시달리기도 했다. 주축 선수를 트레이드 해 남긴 돈으로 구단을 운영한다는 비아냥도 들었다. 이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첫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키며 전반기를 3위로 마감했던 히어로즈는 주축선수들의 체력저하, 부상, 경험부족 등이 몰리면서 6위에 그쳤다. 시즌 중반 까지만 해도 5년 만의 창단 첫 가을야구를 이야기 했던 히어로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까지 히어로즈를 이끈 지도자, 올해 롯데를 지휘한 사령탑이 김시진 감독(55)이다. 히어로즈 구단 경영진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 9월 김시진 감독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코칭스태프의 무능에 책임을 묻는 조치였다.

김시진 감독은 올 시즌을 포함해 6시즌 동안 감독으로 팀을 지휘했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 2009년 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히어로즈를 이끌었다. 그런데 올해를 포함해 6시즌 동안 한 번도 팀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지 못했다. 2007년과 2009년은 6위, 2010년에는 7위, 2011년에는 8위로 꼴찌를 했다. 지난해에는 전반기에 신바람을 내다가 후반기에 부진이 계속되면서 시즌 종료를 앞두고 경질됐다.

9월 28일 현재 롯데는 62승4무37패, 승률 5할2푼1리로 5위에 올라 있다. 5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시즌 진출 좌절이 확정됐고, 6위 SK 와이번즈에 2.5게임을 남겨놓고 있으니 5위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김시진 감독은 프로야구 현역 사령탑 중에서 유일하게 포스트 시즌 진출을 경험해보지 못한 감독으로 남게 됐다. 김시진 감독이 경질되고 올해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45)은 첫 해에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냈고,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44) 또한 11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어 냈다. KIA 선동열, 삼성 류중일, SK 이만수, NC 김경문, 한화 김응용은 한국시리즈, 두산 김진욱 감독은 사령탑 첫 해인 지난 시즌 가을 잔치를 경험했다.


3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시합 전 롯데 김시진 감독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몸을 풀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7.03.
김시진 감독으로선 사령탑으로서 첫 5할대 승률을 기록했으니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9개 팀 중 5위는 여려가지 해석이 가능한 순위다. 김시진 야구는 수가 다양하지도, 영리하지도, 그렇다고 색깔이 뚜렷한 것도 아니다.

사실 김시진 감독 입장에서는 할말이 있을 것이다. 2007년 유니콘스는 구단 매각을 앞두고 있는 팀이었다. 당연히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 2009년 부터 2011년 까지 히어로즈는 힘을 키우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었다. 또 올해 롯데 부진의 원인을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선수 유출에서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대호(오릭스) 홍성흔(두산) 김주찬(KIA) 등 주축 선수들이 빠져 나가면서 전력이 약화되는 바람에 부진했고, 흥행 마저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이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올해 롯데 부진의 주된 책임은 김 감독이 아닌 구단이 져야 한다. 김 감독의 4강 진출 실패를 비판할 게 아니라 정상참작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또 김 감독의 지도력에 문제를 제기할 게 아니라, 그의 지독한 불운을 위로해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 시즌 히어로즈, 올시즌 롯데를 두고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김 감독의 말대로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게 감독의 책무이다. 설사 전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1+1=2'식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굳이 사령탑이 필요없을 것이다. 이 공식마저 못 지키는 사령탑이 많다고 자위를 한다면 모를까.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 야구 전문가는 "올해 가장 재미있게 지켜보고 싶은 게 롯데 김시진 감독이다. 지금 까지는 늘 약팀이라는 걸 강조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 사실 그동안은 가능성만 살짝 보여주면 모든 게 용서가 됐다. 이 때문에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나가지 못했는데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롯데는 우승을 원하는 팀이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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