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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포스트 시즌 좌절과 창단 6년 만의 첫 포스트 시즌 진출. 28일 롯데 자이언츠와 넥센 히어로즈가 받아 쥔 결과물이다. 참 극명하게 대조가 되는 두 팀, 롯데와 히어로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까지 히어로즈를 이끈 지도자, 올해 롯데를 지휘한 사령탑이 김시진 감독(55)이다. 히어로즈 구단 경영진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 9월 김시진 감독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코칭스태프의 무능에 책임을 묻는 조치였다.
김시진 감독은 올 시즌을 포함해 6시즌 동안 감독으로 팀을 지휘했다. 2007년 현대 유니콘스, 2009년 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히어로즈를 이끌었다. 그런데 올해를 포함해 6시즌 동안 한 번도 팀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지 못했다. 2007년과 2009년은 6위, 2010년에는 7위, 2011년에는 8위로 꼴찌를 했다. 지난해에는 전반기에 신바람을 내다가 후반기에 부진이 계속되면서 시즌 종료를 앞두고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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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시진 감독 입장에서는 할말이 있을 것이다. 2007년 유니콘스는 구단 매각을 앞두고 있는 팀이었다. 당연히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 2009년 부터 2011년 까지 히어로즈는 힘을 키우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었다. 또 올해 롯데 부진의 원인을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선수 유출에서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대호(오릭스) 홍성흔(두산) 김주찬(KIA) 등 주축 선수들이 빠져 나가면서 전력이 약화되는 바람에 부진했고, 흥행 마저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이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올해 롯데 부진의 주된 책임은 김 감독이 아닌 구단이 져야 한다. 김 감독의 4강 진출 실패를 비판할 게 아니라 정상참작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또 김 감독의 지도력에 문제를 제기할 게 아니라, 그의 지독한 불운을 위로해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 시즌 히어로즈, 올시즌 롯데를 두고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김 감독의 말대로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게 감독의 책무이다. 설사 전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1+1=2'식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굳이 사령탑이 필요없을 것이다. 이 공식마저 못 지키는 사령탑이 많다고 자위를 한다면 모를까.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 야구 전문가는 "올해 가장 재미있게 지켜보고 싶은 게 롯데 김시진 감독이다. 지금 까지는 늘 약팀이라는 걸 강조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 사실 그동안은 가능성만 살짝 보여주면 모든 게 용서가 됐다. 이 때문에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나가지 못했는데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롯데는 우승을 원하는 팀이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