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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자실에서는 비장함과 함께 긴장감이 감돌았다.
기자실을 가득히 메운 방송, 신문사 취재진 뒷쪽 한 켠에 KBO로서는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은 창원시 새야구장 건립사업단의 이용암 단장을 비롯한 창원시와 진해시 관계자들이었다.
이 단장 일행은 전날 KBO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해듣고 이날 KBO를 방문하겠다고 알려왔다. 창원시의 방침과 배치되는 내용이 언급될 수 있는 자리였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양 총장 자체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내용을 부지런히 받아적으면서도 때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불편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양 총장의 취재진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이 단장 일행 중 한 관계자는 손을 들어 질의에 참여하려고 했다.
하지만 KBO는 기자회견인 만큼 취재진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외부인은 자제해 달라며 차단했고, 양 총장은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결국 이 단장은 KBO 건물 1층 로비로 자리를 옮겨 취재진에게 창원시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단장은 "KBO가 창원시의 타다성 조사 보고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KBO의 이번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BO가 신축구장 부지 변경을 요청하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앞으로 KBO와 창원시의 갈등이 증폭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단장은 "이미 진해 육군대학 부지로 결정났고, 그린벨트 해제 등 행정 절차가 진행중이다.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위해 예산 17억원까지 투입된 상태다"면서 "이제와서 부지를 변경하는 것은 예산낭비와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차는 이미 지나갔는데 뒤늦게 떠난 차를 잡으려는 행위는 곤란하다'며 KBO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어 이 단장은 "양 총장이 '진해 신축구장을 NC가 받아들일 경우 막을 방법은 없다. NC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환영한다"면서 "창원시는 앞으로 KBO, NC 구단과 더 좋은 야구장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진해 신축구장을 받아들이도록 추진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단장은 KBO가 최악의 경우 연고지를 이전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는 언급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답했다.
이 단장은 "NC가 진해구장을 사용하다가 흥행성이 떨어지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보전해주는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O는 "적자를 보전해주면 또다른 세금 지출이 발생한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진해구장을 강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