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해외진출에 대한 SUN의 조언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9-05 06:13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30일 인천구장에서 열렸다. 삼성이 5-1로 앞선 9회 끝판왕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경기를 마무리 하고 진갑용 포수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8.30/



지난 4일 대구구장 삼성전을 앞둔 KIA 선동열 감독은 남다른 방문인사를 받았다.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31)이 KIA 덕아웃까지 찾아와 선 감독에게 인사를 올린 것이다.

오승환을 맞은 선 감독은 "너, 어디 간다며? 미국이냐, 일본이냐?"라고 농담을 건넸다. 오승환이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를 달고 다니는 등 올시즌 이후 해외진출설이 확대된 것을 빗대어 한 말이었다.

이윽고 오승환을 돌려보내던 선 감독은 이날 경기가 올시즌 삼성과의 마지막 경기라는 사실이 떠오른 듯 오승환을 다시 불러세웠다.

"승환아, 어쩌면 우리 오늘 이후 오랫동안 못보는 거 아니냐." 오승환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이후 선 감독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오승환의 해외 진출에 대해 참고가 될만한 조언을 했다.

"이왕이면 일본이 나을 것"

선 감독은 오승환이 미국과 일본 양대 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사실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오승환의 경우 일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지금 오승환의 직구 위력이라면 일본 상위팀에 입단할 경우 30∼40세이브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 감독은 지난 1996년 33세의 나이에 일본 리그(주니치)에 진출했기 때문에 오승환도 마무리 투수 나이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오승환의 직구가 주무기이자 장점이지만 속도를 감안하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다소 부침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선 감독은 "미국에서는 97∼98마일(시속 약 156∼158㎞)을 뿌리는 마무리 투수들이 허다하지 않느냐. 거기에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힘이 좋고 웬만한 빠른 볼에 적응이 돼서…"라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자신이 경험한 일본에서는 오승환같은 구위와 오승환처럼 원하는 코스에 스트라이크를 꽂을 수 있는 투수가 드물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오승환은 직구만으로도 1이닝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면서 "나라면 일본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신, 요미우리를 조심하라"

선 감독은 일본에서 경험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주의 대상으로 한신과 요미우리를 지목했다. 한신은 이른바 '그냐 찔러보기'의 명수라는 게 선 감독의 설명이다. 한신이 어떤 선수를 영입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웬만해서 믿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한신은 해외파 선수 스카우트 얘기만 나왔다 하면 항상 찔러보기만 한다. 무슨 못먹는 감 찔러보는 것도 아니고…"라며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하기 전에도 그러지 않았느냐. 그동안 한신이 누굴 영입한다 해놓고 실행에 옮겨진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오릭스나 요미우리가 흘리는 해외파 영입설은 그나마 신빙성이 있단다. 선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전해들은 정보를 토대로 "한신은 훈련장을 지정할 때도 이랬다 저랬다 하는 등 변덕이 심해 다른 팀들을 괴롭게 만들고, 관할 자치단체에도 까다롭게 요구사항이 너무 많아서 기피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요미우리는 자금력이 풍부하지만 냉혹한 팀이라고 했다. 요미우리는 일본에서 최대 규모의 팬과 최고 인기를 누리는 명문 팀이다. 그만큼 선수를 영입할 때 큰지갑 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성적에 대해서는 몹시 엄격해 기대에 못미친다 싶으면 계약기간이 남았더라도 즉각 버리는 등 냉혹하기로 유명하다.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를 방출하는데 따른 비용 손실과 대체 선수 영입에 따른 지출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 선 감독은 주니치 시절을 회상하며 "만약 내가 요미우리에 입단했다면 주니치에서처럼 장기간 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1996년 주니치 입단 첫 해 5승3패3세이브로 부진했다가 1997년 38세이브로 세이브 랭킹 2위로 부활한 뒤 1999년까지 버틸 수 있었다. 요미우리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도 가장 선호하는 명문이지만 그에 대한 대가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