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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라는 게 이기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지난해 말 야구인골프대회에서 비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이 중도 포기했을 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라운딩을 마쳐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런 류 감독은 1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특유의 승부욕을 내비쳤다. 류 감독은 이날 이례적으로 마운드 운용계획을 공개했다. "동원 가능한 자원을 쏟아붓겠다."
류 감독은 "선발 장원삼 이후 심창민-차우찬의 순서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마운드 투입 순서까지 밝혔다. 류 감독이 이날 평소와 다른 마운드 운용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휴식 일정이 절묘하게 붙었기 때문이다.
당초 선발 로테이션대로 라면 이날 두산전 선발은 차우찬이었다. 하지만 8월 31일 경기가 갑작스러운 폭우로 취소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은 2일 월요일 휴식에 이어 3,4일 KIA와의 2연전 이후 또 이틀을 쉰다.
어차피 3,4일 KIA전 선발은 순서에 따라 정해져 있다. 대신 8월 31일 등판 예정이던 장원삼을 하루 늦춰 투입하더라도 휴식에 문제가 없고 불펜만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컨디션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갔던 권 혁 신용운이 이날 엔트리 확대에 따라 1군으로 복귀했지만 선발 자원인 차우찬을 활용하는 게 더 든든하다. 게다가 불펜진을 풀가동한다고 해도 2일 휴식이 있어 다음 경기에 별 차질이 없다.
그렇다면 휴식일정이 절묘하게 짜여져서 실험삼아 이런 운용을 하는 것일까. 아니다. 류 감독의 진짜 의도는 따로 있었다.
선두 수성에 대한 강한 야망 때문이었다. 삼성은 이날 두산전을 치르기 전 2위 LG와 1경기 차 앞서고 있었다. 아직 불안한 리드다. 류 감독은 15경기가 남았을 때에는 4∼5경기 차를 만들어놔야 페넌트레이스 우승 가시권에 든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발짝이라도 더 달아나야 한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경기는 이기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류 감독의 말에서 이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류 감독은 "상대가 두산이 아니라 LG 등 어떤 팀이라도 승리를 위한 야구를 할 것이다. 우리가 1위이지만 1승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삼성의 노림수는 엉뚱한 곳에서 막히고 말았다. 유격수 김상수가 1회말 첫 수비부터 연달아 실책을 범하면서 초반 2실점으로 끌려가는 악재가 닥친 것.
천하의 에이스 장원삼이라도 안줘도 될 점수에 흔들리 수밖에 없었다, 결국 페이스를 잃은 장원삼은 3이닝 만에 4실점을 하며 강판됐고, 류 감독 예고대로 심창민(⅔이닝)에 이어 차우찬이 4회말 2사 2,3루에서 등판해 끝까지 책임졌지만 빼앗긴 기선을 되찾지는 못했다. 결국 0대4로 패한 삼성은 쏟아붓기도 제대로 못하고, 달아나기에도 실패했다.
뜻밖의 악재에 걸린 삼성으로서는 '공은 둥글다'는 교훈을 새삼 체험한 경기였다.
잠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