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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마다 접전을 펼쳐 '엘넥라시코'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두 팀, LG와 넥센이다.
또 한번 묘한 시점에 27, 28일 잠실에서 만났다. 1위 탈환을 노리는 LG는 사흘 휴식 후 넥센과 만났다. 2연전 후 이틀간 또 한차례 휴식기가 있다. 연전을 치르고 있는 힘겨운 4위 넥센으로선 섬처럼 고립된듯한 반갑지 않은 스케줄.
앞 뒤로 쉬는 팀. 투수가 넉넉하다. 푹 쉰 어깨들을 풀가동해 인해전술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LG 김기태 감독은 신중했다. 27일 넥센전에 앞서 유불리를 묻는 질문에 "이번 2연전 해보고 리뷰해보려고 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말 끝에 "아무래도 쉬고 나오는 것이…"라며 마운드 상의 유리함을 살짝 인정. 휴식일 전 경기가 유리하냐, 휴식일 다음 경기가 유리하냐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팀마다 상대적 답변이 돌아온다. 투수는 쉬고 나오니 좋을 수 있지만, 타자들은 살짝 감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일정을 받자마자 어이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구가 마음먹은대로 되는 것 봤느냐. 의외의 상황과 결과가 벌어지는 것이 바로 야구"라며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이날 서건창의 복귀와 1번 배치된 타선을 보면서 "(성적이 좋았던) 4,5월 넥센 라인업으로 돌아왔다"며 "그 때처럼 야구가 됐으면 좋겠다"며 웃기도 했다.
실제 경기는 어땠을까. 염경엽 감독의 예언대로 흘렀다. 둥근 공의 야구. 결코 뜻대로 흐르지 않았다. 뒷문이 넉넉한 LG로선 초반 리드를 잡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선취점은 넥센 몫이었다. 1회초 2사 후 이택근의 안타와 도루, 박병호의 적시타로 간단하게 선취점을 뽑았다. LG는 단 1점이라도 앞서가는 점수가 필요했지만 전세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1회 선두타자 박용택의 타구가 가장 깊은 중월 담장을 그대로 맞히며 2루타가 됐다. 불과 몇 m만 높게 날았더라면 선두 타자 홈런이 될 타구였다. 박용택의 산뜻한 출발은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용의가 어정쩡한 기습 번트 시도로 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끝에 3구 삼진. 1사 1,2루에서 정의윤의 병살타로 찬스는 무산됐다. 2회에도 2사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범타로 무산. 4회와 6회에도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보내고도 상대 호수비와 후속타 불발로 동점 만들기에 실패했다.
넥센도 답답한 흐름이긴 마찬가지. 에이스 나이트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추가점을 내 달아나야 했다. 하지만 1회 득점 이후 좀처럼 홈은 열리지 않았다. 2회 선두 김민성의 안타성 타구가 3루수 김용의의 호수비에 막혔다. 4회 2사 만루에서는 허도환 타석 때 2루 주자 서동욱이 깊은 리드로 견제를 유도해 3루 주자가 홈으로 쇄도하는 기습적 주루플레이를 시도했다. 지난 7월5일 경기 9-9 동점이던 8회 2사 만루 때 LG 봉중근의 2루 견제를 유도해 결승점을 뽑아냈던 바로 그 작전. 하지만 LG는 두번 속지 않았다. 우규민이 2루에 던지는 척 하면서 멈춘 뒤 홈에 던져 3루주자 김민성이 태그 아웃. 5회가 많이 아쉬웠다. 1사 2루 찬스에서 장기영이 친 직선타구가 우익수 키를 넘는 2루타가 됐다. 하지만 상황 판단과 발이 동시에 느렸던 2루 주자 허도환은 3루에 멈춰섰다. 1사 2,3루가 됐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 경기에 이기고도 염 감독이 "두번의 주루미스로 힘든 경기를 했는데 반복되지 않도록 잘 준비해야겠다"고 아쉬워 했을 만큼 주루 미스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 컸다. 6회 1사 1,2루에서는 문우람의 우전 적시타성 빠른 땅볼 타구가 손주인의 호수비에 막혔다. 이후 10타자는 LG 세번째 투수 유원상에게 퍼펙트로 눌렸다.
예상대로 LG는 빠른 템포로 투수 교체를 가져갔다. 호투하던 선발 우규민을 5회 1사 2루에서 좌완 선발요원 신재웅으로 바꿨다. 두 타자 상대 후 유원상을 올려 추가 실점을 막았다. LG 투수진이 펼칠 수 있는 최적의 릴레이 호투였다. 다만 3일 휴식 후 살짝 무뎌진 타선이 문제였다. 아무리 잘 막아도 점수를 못 내면 이길 수 없는 것이 야구.
반면, 불펜 여유가 없는 넥센은 선발 나이트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갔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7회까지 112개를 던질 때까지 마운드를 맡겼다. 8회 필승조 한현희에 이어 마무리 손승락을 조기 투입해 1회 얻은 1점 리드를 끝내 지켰다. 이길 수 있는 경기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빛났던 경기 운용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