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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시즌부터 프로야구는 1995시즌 이후 13년 만에 다시 500만 관중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고, 2011시즌에는 사상 최초로 600만 관중 시대, 그리고 지난 해에는 사상 최초로 총관중이 700만을 넘어서면서 최고 프로스포츠로 압도적인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그 인기의 기반에는 매년 최다 홈관중을 불러모은 롯데 자이언츠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자이언츠는 전력 보강보다는 전력 유출이 두드러졌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서 이대호가 빠져나간 공백을 FA 정대현, 이승호를 한꺼번에 영입하면서 투수력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메웠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서는 빈 자리가 더욱 커보이는 유출이 발생하였다. 2009년 팀에 FA로 영입된 이후 호쾌한 타격과 더불어 덕아웃에서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공헌을 했던 홍성흔이 다시 친정팀 두산 베어스에 FA로 이적했고, 빠른 발과 호쾌한 타격으로 팀의 부동의 1번 자리 역할을 맡았던 김주찬마저 FA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였다. 비록 보상선수로 김승회, 홍성민 등 투수를 영입했지만, 지난 시즌의 전력보강과는 온도차가 컸다.
트레이드를 통해 좌타자 장성호를 영입하면서 타선의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장성호의 무게감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호에 이어 홍성흔, 김주찬의 공백은 공격력의 약화가 우려되었고 결국 올 시즌이 시작되면서 자이언츠의 화끈한 공격력은 완전히 증발되고 말았다.
올 시즌 새로 부임한 김시진 감독은 투수력과 수비력 중심의 야구를 표명하였다. 팀 평균자책점은 3.90으로 트윈스, 라이온즈에 이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낮다. 어느 정도 김시진 감독의 구상과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필승조로 활약해야 할 정대현의 평균자책점이 무려 4점대에 달하는데 정대현의 이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지난 시즌까지 마무리로 활약했던 김사율도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하여 계투진의 견고함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나마 김성배가 마무리로 활약하며 버텨준 덕분에 자이언츠의 마무리 고민은 해결될 수 있었다.
호쾌한 타격야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투수진의 힘으로 지키는 야구를 확실하게 선보이지도 못한 자이언츠의 야구는 뚜렷한 색깔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스타도 빠져나가고 야구의 색깔도 점점 옅어지다 보니 언제나 만원관중들로 가득 찼던 사직구장은 올 시즌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전반기 35경기를 치른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은 478,726명, 지난 시즌 전반기를 마감할 시점 사직구장을 찾은 총 관중은 39경기 동안 무려 879,380명이었다. 무려 45.6%나 관중이 감소한 것이었다. 마산,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 다이노스가 가세하면서 사직구장 관중 몰이에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마산구장을 전반기 동안 찾은 관중은 321,903명이었고,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과 합하면 80만명이 넘어서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반기 동안 자이언츠가 다이노스가 보여준 활기찬 경기내용과 팬들을 몰고 오는 스타급 선수들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 정도로 극적인 관중 동원 현상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반기 동안 사직구장이 매진되었던 경기는 6월 26 NC 다이노스 전이 유일했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1999 시즌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입장료를 무려 1,999원으로 할인해서 판매한 덕분에 사직구장은 관중이 들어찰 수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 관중들이 늘 빼곡하게 들어찼던 사직구장. 하지만 올 시즌 사직구장에서 자취를 감춘 이들은 아마도 암표상일 듯 싶을 정도로 썰렁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격세지감'이 떠오르게 하는 사직구장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대해 자이언츠 구단 스태프와 수뇌진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dailyBB (不老句)(http://dailybb.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