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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으로 전락한 MVP, MLB에 다시 부는 약물스캔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7-29 06:0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다시 시끄럽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오랜 시간 빅리거들을 괴롭혔던 '약물 스캔들'이 또 한 번 고개를 들었다.

2011년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던 밀워키 브루어스 외야수 라이언 브론(30)은 지난 23일(한국시각) 잔여경기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 발효 시점에서 밀워키의 잔여경기는 65경기였다.

이러한 브론의 징계는 과거 전력 탓으로 해석된다. 브론은 이미 한 차례 약물 스캔들에 휩싸였다. 타율 3할3푼2리, 33홈런, 111타점을 올리며 MVP를 차지한 2011시즌 직후였다. 포스트 시즌 중이었던 그해 10월에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온 것. MLB 사무국은 당시 처음 금지약물 복용에 적발된 선수에게 내리는 5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브론의 2012시즌은 불투명했다.

하지만 그는 기사회생했다. 약물 의혹이 불거지자 브론은 밝힐 수 없는 의학적인 문제로 처방을 받았고, 그 약을 복용해 문제가 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리고 곧바로 MLB 사무국에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재심이 열렸고, 중재위원 3명 중 2명이 브론의 손을 들어주면서 징계가 철회됐다. 브론은 소변검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마크 아타나시오 밀워키 구단주 역시 "브론은 모범적인 사람"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재심을 통해 구제받은 첫번째 사례였다. 브론은 "스스로에게 결백했기에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며 심경을 밝혔다. 브론은 2012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렀다. 타율 3할1푼9리, 41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전년도 기록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브론은 거짓말쟁이로 전락했다. 마이애미의 노화방지 클리닉인 바이오제네시스의 앤서니 보시 원장으로부터 금지약물을 공급받은 혐의를 받았고, 끝내 약물 복용을 시인했다. MLB는 두번째 적발 시 10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다. 하지만 브론의 경우, 한 차례 징계가 철회됐다 번복됐기에 잔여경기 출전정지로 방향을 선회했다.

결백하다던 그는 "과거에 실수를 저질렀다.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무엇보다 결백을 지지했던 밀워키 팬들이 가장 큰 상처를 받았다. 분노한 한 팬은 유니폼에 새겨진 브론의 이름(BRAUN) 맨 앞과 맨 뒤 두 글자를 고쳐 사기꾼이란 뜻의 'FRAUD'로 바꿔 홈구장인 밀러파크를 찾기도 했다.


브론의 약물 스캔들에 발끈한 건 팬 뿐만이 아니다. 2011시즌 내셔널리그 MVP 경쟁자였던 맷 켐프(29·LA 다저스)는 브론의 MVP 박탈을 주장했다. 사실 개인성적에서 앞섰음에도 아쉽게 MVP 투표에서 2위로 밀렸던 켐프는 그동안 브론의 결백을 지지해왔다. 그래서인지 선의의 경쟁자에 대한 실망감은 더욱 큰 듯 하다.

켐프는 브론의 금지약물 복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심경일 것이다. 배신당한 기분이다. 정정당당한 선수들의 성과가 규칙을 어긴 선수들에 의해 더럽혀졌다"고 말했다. 비단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MVP 박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금지약물 파문은 브론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 보시 원장에게 금지약물을 처방받은 메이저리거만 20~25명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장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뉴욕 양키스의 대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영구 제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다른 스포츠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트레이너 출신으로 바이오제네시스를 설립한 보시 원장은 다양한 스포츠계 선수들과 교류가 있었다. 메이저리거 뿐만 아니라 미국프로농구(NBA), 미국대학스포츠(NCAA), 프로복싱, 테니스 등 다양한 선수들에게 스테로이드, 성장호르몬,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등 경기력 향상 물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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