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홈런포의 비결 '만족이론'이 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7-28 04:18 | 최종수정 2013-07-28 06:19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1사 1,2루 삼성 최형우가 13-7로 달아나는 우월 3점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며 김재걸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구=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7.26/



프로야구 후반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는 삼성 거포 최형우(30)다.

최형우는 한동안 작년 홈런왕 박병호(넥센)의 독주체제였던 홈런 레이스에 화끈하게 불을 댕겼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23일 NC전에서 투런 결승포를 날린 것을 시작으로 24일 데뷔 첫 끝내기 홈런, 25일 선제 솔로포의 행진을 벌였다.

이것도 성에 차지 않는 듯 26일 대구 넥센전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장외 3점 홈런까지 추가했다.

어느새 4경기 연속 홈런을 쳤고, 7월 들어 15경기 동안 홈런 8개를 몰아치면서 한때 박병호와 홈런 공동선두(20개)를 형성했다. 박병호가 27일 삼성전에서 21호포를 날리면서 살짝 달아났다.

최형우가 2011년 홈런 30개로 홈런왕이었으니 후반기 홈런 경쟁 구도는 디펜딩 챔피언과 이전 챔피언의 쟁탈전이 됐다.

최형우가 개인적으로도 기분좋은 페이스를 밟았다. 자신이 기억하기로는 이전에 가장 많은 연속 경기 홈런을 친 것이 3경기였다.

이번에 4경기 연속은 생애 처음이었던 것. 2008년부터 지금까지 6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총 130홈런을 기록했던 그가 이제서야 개인 최다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4홈런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그의 거포본능 제대로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런 그에게 강하게 부정하는 것과 시인하는 것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최형우가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는 것은 타이틀이다. 홈런 랭킹 공동선두로 2년전의 영광을 슬며시 떠올려볼 때가 됐다.

흔히 선수들이 접대성 멘트처럼 하는 말로 "홈런왕을 목표로 삼고 열심히 하겠다"고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최형우는 "홈런왕 타이틀에는 정말 생각이 없다. 2011년 홈런왕에 올랐을 때에도 타이틀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출전한 적이 없었다"면서 "어쩌다 시즌을 끝내고 보니 홈런왕이 돼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형우가 강하게 시인하는 것은 이른바 '만족이론'이다. 그가 홈런 레이스에 다시 가열시킨 비결이기도 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의 홈런 비결에 대해 가장 먼저 결혼효과를 거론했다. 흔히 결혼으로 인해 안정감을 갖고 아내의 내조를 잘 받으면 효과를 본다는 게 아니라 독특한 해석을 내놨다.

"내가 최형우를 잘 알지. 그 친구 술을 좀 좋아하거든. 근데 결혼하고 나서 집에서 워낙 음식도 잘해주고 하니까. 밖에서 딴짓을 하지 않고 집에 부지런히 들어가는 것 같아. 술도 집에서 마시면 덜 피곤하거든. 그러면 체력소모도 덜할 것이고…"라며 껄껄 웃었다. 류 감독 평소 '허튼짓'을 경상도식으로 '헛짓'이라 표현하며 경계할 것을 주문한다. 그 '헛짓'이 최형우의 경우 결혼으로 인해 사라졌다는 것이다.

류 감독의 이런 해석은 농담성이었다. 그런데 최형우의 반응이 다소 의외다. "제대로 보셨네. 감독님 말씀이 맞다"며 "결혼생활에 정말 만족한다. 얼마나 좋은지는 안해본 사람은 모른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최형우는 지난해 말 미녀대회 출신 동갑내기 박향미씨와 결혼했다. 모델에서 전업주부로 변신한 박씨는 남편 최형우의 식사는 물론 잠자기 직전까지 보양식을 정성스럽고 엄청나게 챙겨주는 '내조의 여왕'으로 이미 소문나있다. 최형우는 전라도식 표현으로 "정말 징하게 먹인다"며 고마워했다.

그런 그녀가 류 감독의 추측대로 애주가 남편의 술친구 역할도 잘하는 모양이다. 최형우는 "사실 총각시절에는 1주일에 3∼4일은 밖으로 돌아다녔다. 새벽이슬도 많이 맞았다"고 웃은 뒤 "정말이지 결혼하고 나서는 한 번도 따도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 결혼 이후 가장 크게 바뀐 게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우는 "감독님 표현대로 '헛짓'을 할 일이 없고 아내 덕분에 마음가지 편하니까 심신이 강해졌다"고 결혼생활 대만족을 추천했다.

그의 만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시즌 초반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자신의 경기에 대해 항상 만족하며 지낸단다. "시즌 초반에는 홈런스윙이 아니었다. 그냥 꾸준히 안타를 치며 타율이 좋으니 후반기에 가면 나올 홈런을 나올 것이라 믿고 내 자신을 믿고 만족하며 지내왔다"고 했다.

굳이 홈런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팀에 보탬이 되는 것만으로 하루 하루 만족하면서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홈런궤도가 나온다는 것이다. 최형우는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던 2011년을 떠올리면 그 당시 느꼈던 만족도가 올시즌과 똑같다고 했다. 최형우에게서 낯설지 않은 2011년의 향기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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