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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삼성 이승엽은 지난 2003년 56개의 아치를 그리며 한 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시 한 경기에서 2개의 이상의 홈런을 12차례 기록했다. 당시 모든 팬들의 관심이 이승엽에게 쏠려 있던 터라 홈런을 친 경기 후에는 자연스럽게 언론 인터뷰가 뒤따랐다. 그러나 이승엽은 팀이 패배한 날에는 "양해를 해달라"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심지어 홈런 2개를 날린 경기에서도 팀이 패한 날이면 기자들 앞에 서지 않았다. 자신의 홈런 기록보다 팀승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해 삼성은 76승4무53패(승률 0.589)로 페넌트레이스 3위에 올랐는데, 이승엽이 홈런을 날린 44경기에서는 30승14패(승률 0.682)의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
일단 팀성적과 관련해서는 최형우가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삼성은 올시즌 최형우가 홈런을 날린 20경기에서 15승5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7할5푼으로 이날 현재 팀승률 6할3푼2리보다 1할1푼8리 높다. 특히 23~25일 대구에서 열린 NC전에서는 3일 연속 결승홈런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23일에는 0-0이던 6회 결승 투런홈런을 날렸고, 24일에는 연장 10회 끝내기 우월홈런을 터뜨렸다. 25일에는 1회 선제 솔로포를 날리며 팀의 6대1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넥센은 박병호가 홈런을 친 경기의 승률이 시즌 승률보다 낮다. 박병호가 홈런을 친 19경기에서 10승9패를 기록, 5할2푼6리의 승률로 팀승률 5할5푼1리보다 2푼5리가 저조했다. 박병호가 2개의 홈런을 친 경기는 두 차례 있었는데, 지난 16일 인천 SK전에서는 1회 투런포, 8회 솔로포를 터뜨렸음에도 팀이 5대6으로 패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아무래도 한층 안정된 마운드 전력을 가지고 있는 삼성이 최형우의 홈런 경기에서는 더욱 좋은 성적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비거리에서는 최형우가 박병호보다 앞섰다. 최형우의 홈런 20개의 평균 비거리는 120.25m로 박병호(117.14m)보다 약 3m를 멀리 날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