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OUT!' KIA, '선 퇴출-후 영입' 초강수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7-24 17:32



시즌 전만 해도 외국인선수 걱정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재계약한 2년차 외국인선수들이 제 몫을 못해줬다. 결국 '퇴출'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KIA가 웨이버 공시 마감일인 24일 결단을 내렸다. 부진에 빠진 앤서니를 오후 5시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쉽게 말해 '방출'이다. 아직 대체 선수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교체를 요청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은 24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작심한 듯 "앤서니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LG도 일찌감치 나가서 알아보지 않았겠나. 그만큼 시기적으로 대체 선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는 현재 새로운 선수를 물색중"이라고 덧붙였다.

선 감독의 말대로 KIA는 미국 현지에 스카우트를 급파한 상태다. 이미 몇 주 전부터 대체 외국인선수를 알아보고 있었다. 물론 현재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괜찮은 투수는 메이저리그 콜업을 기다리는 시기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확대엔트리 때 기회를 잡길 원한다. 낯선 한국행을 반길 리 없다.

여기다 지금 시점에서 외국인선수를 교체하는 경우, 포스트시즌을 원하는 팀이란 걸 에이전트는 물론, 선수 본인도 잘 안다. 결국 선수들의 몸값은 치솟는다.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외국인선수 교체를 원하는 복수의 구단에선 "마땅한 선수가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KIA는 일단 앤서니와 함께 하는 걸 힘들다고 판단해 '선 웨이버공시, 후 영입'을 택했다. 선 감독을 비롯한 현장의 요청이 있었다. 웨이버 공시 마감일 이전에 기존 선수를 방출시키지 않으면, 대체 선수를 영입해도 포스트시즌에 출전시킬 수 없다.

이제 남은 작업은 신속한 대체 외국인선수 선발이다. 다음달 15일 이전에 선수 등록을 마치면, 포스트시즌 출전이 가능하다.

올시즌 KIA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함께 하고 있는 두 외국인선수 탓에 골머리를 썩였다. 이날 퇴출된 앤서니는 마무리 보직을 뺏기고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선발로 두자릿수 승수(11승1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83)를 올린 앤서니를 마무리로 돌리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믿을 만한 자원이 없어 앤서니가 그 짐을 지게 됐다.


초보마무리 앤서니는 매번 주자를 내보낸 뒤에야 세이브를 올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개선되기 보다는 점점 더 심해졌다. 20세이브를 올렸지만, 3패에 평균자책점은 4.50에 이르렀다. 주자를 내보낸 만큼, 들여보냈다.


2013 프로야구 LG와 KIA의 후반기 첫 경기가 23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KIA 3회초 공격 무사 1루, 김주형의 내야 땅볼때 LG 수비진은 병살 플레이를 성공 시켰다. 이에 선동열 감독은 1루주자 신종길이 2루에서 세이프라며 심판진에게 항의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7.23/
결국 선동열 감독은 마무리 자리를 송은범에게 넘기고, 앤서니를 2군으로 보냈다. 2군에서 구위를 회복하도록 하면서 다시 선발로 돌아가도록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앤서니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 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앤서니는 21일 함평에서 열린 넥센과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선 감독은 이날 직접 함평으로 향해 앤서니의 투구를 지켜봤다. 이날 앤서니는 5이닝 7피안타(1홈런 포함) 1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기대 이하의 피칭이었다.

선 감독은 "앤서니의 피칭을 직접 보고 괜찮으면 바로 1군에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영 별로였다. 좋지 않았다. 3회까지는 괜찮더니 4회부터는 구위가 뚝 떨어지더라"고 말했다. 선발로서는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고심 끝에 앤서니 퇴출로 마음이 기울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사마저 흔들리고 있다. 소사는 지난 23일 잠실 LG전에서 2이닝 6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팀은 3대13으로 완패했다. 올시즌 최악의 피칭이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인 13일 두산전에서도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2경기 연속 부진. 게다가 18차례 등판 중 5회를 채우지 못한 건 벌써 네번째다. 타고난 체력과 이닝소화력이 장점인 소사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긴 이닝을 막아줄 수 없다면, 소사의 존재가치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일찍 무너지는 경기가 많은 게 전부는 아니다. 소사는 150㎞대의 이르는 빠른 공에 날카로운 싱커를 바탕으로 지난해 9승8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눈에 띄게 구위가 떨어진 것은 물론, 제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공이 두 세개 높게 제구되면서 쉬운 먹잇감이 돼버렸다.

소사는 선발진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만 하는 선수다. 양현종이 8월 초에나 복귀가 가능하고, 서재응의 구위도 아직 정상이 아니다. 살아난 윤석민과 김진우 정도가 믿을 만한 카드인데 소사마저 무너지면 답이 없다.

KIA는 소사를 안고 가는 대신, 가능성이 적은 앤서니를 버렸다. 외국인선수 교체라는 초강수가 KIA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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