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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두산의 시행착오는 효과가 있었다. 단지 한 경기에 불과했다. 최약체 한화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의 의미있는 변화. 상위권으로 충분히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을 준 대목이다.
올슨은 7일 잠실 삼성전에서 61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이틀만에 등판했다.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선발 투구를 한 뒤 이틀 쉬고 공을 던지면 더욱 위력적인 구위가 형성된다는 것. 결과는 좋지 않았다. 2이닝 2실점. 그러나 해볼 만한 시도였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올슨이 80개 정도의 투구수로 5회까지만 막아주면 좋겠는데"라고 애타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미련없이 이재우로 교체했다. 김상현의 최근 투구패턴을 보면 2~3이닝은 잘 막는다. 하지만 힘이 떨어지면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김상현을 6회 이재우로 교체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이재우는 여전히 컨디션이 100%는 아니다. 조금씩 구위를 회복하고 있다. 그런데 한화 고동진이 재치있는 투수 앞 번트 안타를 쳤다. 이재우는 흔들렸고 추승우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 2루의 위기상황이 되자 두산은 예전보다 한 템포 빠르게 오현택으로 투수를 바꿨다.
3-2, 앞선 상황에서 필승계투조를 투입, 승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결국 오현택은 오선진과 정범모를 연속 삼진아웃시켰다. 이대수를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한화 타선의 기세를 꺾었다. 살아날 가능성이 많았던 한화 타선은 두산의 적절한 투수교체에 흐름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리고 정재훈과 홍상삼이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투수력에 안정되자, 두산 타선은 한결 여유롭게 운용됐다. 김현수와 홍성흔이 강한 집중력으로 2사 후 귀중한 적시타를 터뜨렸다.
단지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투수교체가 성공했다는 것은 아니다. 한 해설위원은 "올슨에서 김상현으로 가는 과정과 김상현을 마운드에서 내리는 과정이 좋았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마산 NC전에서 두산의 투수교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선발 이정호가 난조를 보이자 3-2로 앞선 상황에서 선택한 카드는 정대현이었다. 당시 4일 휴식이 기다리고 있던 두산은 불펜 총동원령을 내렸다. 김상현이 있었고, 유희관도 대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5월12일 잠실 NC전 3회에 등판, 1⅓이닝동안 무려 10개의 피안타와 11실점을 한 정대현을 내세웠고, 결국 무너졌다. 정대현이 버티지 못하자 올해 1군 등판경험이 없는 안규영을 내세웠다.
5월 두산은 너무나 들쭉날쭉한 경기력이었다. 선발이 무너지면서 중간계투진과 마무리에 과부하가 걸린 게 첫번째 이유였지만, 불펜진의 역할을 고정시키지 않은 부분, 검증되지 않은 유망주를 급박하게 올린 것 등도 원인이 됐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김상현을 내세웠고, 경험이 많지만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이재우가 흔들리자 곧바로 필승계투조를 투입해 경기흐름을 끝까지 유지했다.
두산 투수진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9일 9회 등판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은 윤명준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김상현과 필승계투조도 5, 6월보다는 안정적이다.
물론 한화를 상대로 한 필승계투조의 성공이 모든 것을 다 말해주진 않는다. 9회 등판, 3개의 볼넷을 내준 홍상삼 역시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약한 불펜진이지만, 제대로 된 정리 속에서 활용하는 것과 혼란 속에서 투입하는 것은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그동안 두산 벤치는 한 박자 늦은 투수교체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10일 한화전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가 이뤄졌다. 두산은 상승세다. 11경기동안 11승1무2패. 순위는 6위지만, 1위 삼성과는 불과 4.5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다.
두산의 반격이 기대되는 이유다. 대전=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