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치명적 매력 셋 '유쾌, 겸손, 솔직'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7-03 08:56 | 최종수정 2013-07-03 08:56



"몸도, 마음도 정말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기적과 같은 재활 속도로 올시즌 LG의 든든한 수호신으로 맹활약 중이다. 하지만 LG가 승리하는 경기수가 늘어나다보니 등판횟수가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8회 조기투입 되며 투구수가 많아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 몇 경기에서 제구 불안을 드러내니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감독, 코치님께서 많은 배려를 해주신다. 오히려 최근 구속이 늘어나는 등 몸상태가 좋았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며 "직구구속이 142km 정도를 유지하던 4월로 돌아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쾌 "세리머니, 상대선수가 창피하다고 하네요"

봉중근은 유쾌하다. 평소 말투와 행동이 남자답게 시원시원하다. 여기에 올시즌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세리머니. 특히 지난달 14일 잠실 넥센전에서 자신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는데, 문선재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팀이 승리를 거두자 마치 독립투사가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는 듯한 포즈로 그라운드에 뛰어나가 큰 화제를 모았다. 이어진 16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3연전 스윕을 확정지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뿐 아니다. 최근 세이브 상황들이 마지막까지 승부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경기들이 많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그라운드를 펄쩍펄쩍 뛰는 봉중근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30일 잠실 SK전 승리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봉중근은 "마치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거둔 것 같다"는 취재진의 농담에 "많은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 사과드린다"고 말하면서도 싱글벙글 웃었다. 봉중근은 "SK전을 마친 후 정근우에게서 '창피하다'는 말을 들었다. 매 경기 승리가 너무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심취해 그렇게 큰 동작들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리머니가 커진 나름의 분석 요인도 있었다. 봉중근은 "신일고 시절 전국대회 우승을 했을 때 (현)재윤이형과 배터리였는데, 그 때의 추억이 떠오르며 두 사람 다 더 오버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저질렀던 치명적 실수, 소화전 사건. 남들 같았으면 억지로라도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봉중근은 30일 SK전 극적인 세이브를 떠올리며 "민호한테 홈런을 맞았을 때보다 더 힘들게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꺼낸다. 당시의 아픔이 야구선수로서의 앞으로의 인생에 큰 가르침이 된 것이다. 봉중근의 유쾌함, 팬들도 즐겁고 자신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겸손 "최고의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물어야 한다"

냉정하게 보자.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꼽아달라 하면 대부분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 삼성 오승환이다. 넥센 손승락의 이름을 거론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확실한 건, 이제 마무리 2년차이지만 봉중근 역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봉중근은 두 사람에 비해 자신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그들보다 자신이 선배여도, 그래서 민망할 수 있어도 궁금한게 있으면 직접 이것저것 묻고, 배운다는게 봉중근의 입장이다. 봉중근은 "삼성, 넥센과 맞붙으면 승환이와 승락이에게 마무리투수로서 갖춰야할 것들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 다행히 두 선수 모두 친절하게 답변을 해줘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볼배합 같은 것을 배울 수는 없다. 봉중근은 오승환에게 마무리투수로서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 마운드 위에서의 제스처와 표정 등에 대해 묻는다고 한다.

봉중근은 "나는 슬라이더를 던지지 못한다. 그렇다고 야구선수가 새로운 구종 개발을 포기할 수도 없다. 잘던지는 후배들에게 묻고 또 묻는다"며 "배움 앞에는 장사도 없다는게 내 기본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솔직 "이상훈 선배 기록 넘어서 LG의 영원한 마무리 되겠다."

봉중근의 마지막 매력.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욕심, 어감상 좋지 않은 단어일 수 있지만 프로선수라면 꼭 갖고있어야 할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더 좋은 표현으로 솔직하다고 하면 적당하겠다.

봉중근은 2일 기준으로 17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이 부문 전체 4위 기록. 1위 손승락이 21개의 세이브를 올리고 있으니 나쁘지 않은 페이스다. 선수로서 세이브왕 자리에 오른다면 매우 기쁜 일이겠지만 봉중근에게는 또다른 목표가 있다. 바로 자신의 롤모델이자 LG 마무리 투수로 최고 세이브 기록을 세우고 있는 선배 이상훈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상훈은 97년 LG 소속으로 10승6패37세이브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다.

봉중근은 "솔직히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시즌 전에는 30개를 목표로 정했었다. 내가 30세이브를 하면 팀이 4강에 갈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훈 선배님의 기록을 넘어서보겠다는 욕심도 분명히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봉중근은 "기록도 세우고 앞으로 봉중근이 LG의 영원한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고 했다.

올스타전 최다득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현재 봉중근은 오승환과 엎치락 뒤치락 최다득표 경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봉중근은 "오승환이라는 선수와 경쟁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뿌듯하다"면서도 "팬들의 인정을 받아야 진정한 프로선수"라는 이번 투표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살짝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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