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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31)의 2012년은 다사다난했다. 시즌 중반 친정 삼성에서 KIA로 트레이드됐다. 선동열 KIA 감독이 원했고, 류중일 삼성 감독이 수용했다. 조영훈은 KIA 유니폼을 얼마 입지 못했다. KIA가 조영훈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트렸고, 그걸 본 김경문 NC 감독이 조영훈을 찍어 데려왔다. 제9구단 NC는 지난해말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선수 1명씩을 데려올 수 있었다. KIA 마무리 캠프에서 2013시즌을 대비해 구슬땀을 흘린 조영훈은 또 한번 짐을 꾸려 창원으로 이사했다.
그는 요즘 NC의 최고 수위 타자다. 타율 3할2푼3리(전체 7위), 61안타, 3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요즘 붙박이 1루수다.
조영훈은 지난해 KIA 이적 후 출전 기회를 많이 잡았다. 선동열 감독의 배려였다. 하지만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자주 했다. NC로 온 후 이번 시즌 초반에도 조영훈의 수비는 불안했다.
조영훈은 빗자루를 들었다. 절박했다. 1루 주변을 쓸었다. 불규칙 바운드가 나올 만한 것들을 깨끗이 제거했다. 창원 마산구장 관리 직원에게 부탁할 때도 있었지만 조영훈이 직접 더 많이 했다.
그는 "내 성격이 무척 예민하다. 그래서 불규칙 바운드를 줄이겠다는 심정으로 빗자루를 잡았다"면서 "여전히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불안감은 줄었다"고 했다. 조영훈의 이번 시즌 실책은 2개.
그는 좀더 뻔뻔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더이상 실책을 해도 힘들어하는 기색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주변에서 조영훈에게 충고했다. "힘들어 하면 그 선수만 손해다. 오히려 뻔뻔해져라. 얼굴들고 기죽지 말고 실수를 해도 당당해져라."
조영훈과 친했던 삼성과 KIA 동료 선수들은 요즘 조영훈에게 인생역전했다고 말한다. 조영훈의 야구 인생이 달라진 건 분명하다. 그가 붙박이 주전으로 타율 3할 이상을 칠 것으로 기대했던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삼성 또는 KIA에 그대로 잔류했더라면 지금 같은 조영훈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영훈은 신생 NC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에는 조영훈 말고도 모창민(SK에서 이적) 김종호(삼성에서 이적)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가고 있다.
조영훈은 지난해 12월 백채원씨와 결혼, 창원에서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는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조영훈은 요즘 사는 맛이 꿀 보다 더 달달할 것 같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