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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LG 정말 강해. 맏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잖아."
김 감독은 LG의 힘을 고참들에게서 봤다. 이병규와 봉중근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기합이 잔뜩 들어간 세리머니를 예로 들었다. 그는 "사실 어린 선수들만으로는 안된다. 패기는 있겠지만 그것 만으론 부족하다. 고참들은 팀에 사기를 불어넣을 줄 안다. 어린 선수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도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규의 액션을 봐라. 평소 안 하던 행동들도 나온다. 분명 팀을 위해 의도가 깔려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봉중근도 마찬가지다. 투타 모두 위에 있는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G 선수들은 상승세를 탄 이후 세리머니가 커졌다. 주장 이병규를 시작으로 양팔을 드는 세리머니가 잦아졌다.
이병규는 "내가 처음 양팔을 드는 동작을 할 땐, 후배들이 창피하다고 했는데 이제 하나둘씩 따라하더라"고 말했다. 이병규가 세리머니 형태로 불어넣은 힘이 팀 전체로 퍼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마무리투수 봉중근은 16일 넥센전 승리를 지켜낸 뒤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듯 포효하며 껑충껑충 뛰기도 했다.
이에 대해 LG 김기태 감독은 "이상하게 최근 세리머니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경기가 많았던 것 같다. 요즘엔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을 즐길 줄 아는 것 같다"며 웃었다.
사실 LG 선수단은 지난 10년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한껏 위축돼 있던 게 사실이다. 조금만 못해도 움츠려들어 스스로 자신감을 잃고 무너지는 패턴이 계속 됐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신구의 조화로 공정한 경쟁이 생겼고, 자책하거나 못한 이를 탓하는 법도 없다. 자신감도 넘친다. 이병규는 "예전엔 찬스 때 부담을 느낀 선수들이 많았는데 이젠 못 쳐도 뒤에 있는 선수들이 해결해주니 부담이 사라진 것 같다"며 "항상 '즐기자'고 얘기하는데 이젠 우리 선수들이 즐길 줄 아는 것 같다"고 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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