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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에게 닥친 시련의 시기. 연패가 길어지고 있다.
"마무리 투수는 세이브 상황에서 올린다"는 원칙에 충실한 넥센 염경엽 감독. 하지만 그도 딱 한번 예외를 뒀다. 16일 LG전. 6연패 중인데다 4일 휴식을 앞둔 시점이라 마운드 총력전은 불가피했다. 짧은 호흡으로 빠른 투수 교체를 이어 오더니 급기야 4-5로 뒤진 7회 2사 1,2루에서 '손승락 카드'를 빼들었다. 일주일 이상 마운드를 밟지 못했던 답답함. 후련하게 털어버렸다.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눈빛이 이글이글 빛났다. 무력 시위가 시작됐다. 7회 위기. 이날 투런 홈런을 날린 이진영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몸이 풀렸다. 호흡을 가다듬고 나선 8회는 압권이었다. 혼신을 다해 뿌리는 공이 미트에 닿는 순간 점점 강한 파열음을 일으켰다. 150㎞를 넘나드는 포심 패스트볼과 140㎞ 초반의 컷 패스트볼로 현재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손승락은 손주인을 삼구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중계 카메라에 찍힌 스피드는 '150㎞→151㎞→152㎞'. 3구째 포심 패스트볼은 바깥쪽으로 완벽하게 제구가 이뤄졌다. 컨택트 능력이 뛰어난 손주인이지만 그대로 서서 지켜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완벽했던 공. 의도적인 큰 액션으로 연패 탈출의 의지를 등 뒤에 선 동료들에게 알린 마무리 투수. 결과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1점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7연패. 불같은 손승락의 연패 탈출 의지와 존재감도 살짝 묻혔다. 만약 역전에 성공했다면 크게 평가받았을 만한 혼신의 역투였다.
연패를 막지 못한 넥센. 조금 급해졌다. 넥센과의 3연전에서 스윕을 거두며 거침 없이 5연승을 내달린 3위 LG가 반게임 차로 성큼 다가섰다. 불안감 속에 맞는 4일 휴식. 하지만 손승락은 넥센의 희망 지킴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력해지는 마무리 투수. 그가 버티고 있는 한 날개 없는 추락은 없다.
손승락은 역대 최소 경기 20세이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23경기에서 19세이브. 앞으로 2경기 이내에 세이브를 추가하면 신기록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 기록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팀이 필요할 때 한번이라도 더 마운드에 오르고 싶을 뿐. "사실 공식 기록도 아니잖아요. 저는 언제라도 나가고 싶습니다."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팀을 지켜낸 뒤 얻어지는 훈장이다. 위기의 팀을 위해 언제든 발 벗고 나설 준비가 돼 있는 파이터 손승락. 그가 있어 넥센의 올시즌은 결코 어둡지 않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