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응용 감독이 밝힌 호세의 한국행 사연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6-14 18:50


역대 최고의 용병 타자로 평가받는 롯데 호세의 한국행에 대해 한화 김응용 감독이 사연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2006년 롯데에 재입단했을 당시의 호세. 스포츠조선 DB

14일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 경기전 한화 김응용 감독이 잔뜩 흐린 하늘을 바라보더니 "날씨가 이래서 관중이 많이 안오겠구만"이라며 걱정어린 표정을 지었다. 취재진이 롯데 구단이 조만간 홈경기때 '응답하라 1999' 이벤트를 열어 관중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하자 김 감독은 99년 당시 롯데의 간판타자였던 펠릭스 호세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호세는 지난 99년 롯데에 입단해 강력한 파워와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국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역대 최강의 외국인 타자였다. 김 감독은 호세가 한국 무대를 밟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호세를 한국으로 오게 만든 사람이 바로 김 감독 본인이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그때 용병은 트라이아웃으로 뽑았는데, 호세에 대한 정보를 지인들한테 들었다. 메이저리그 출신인데 한국에서 꽤 써먹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며 "호세와 접촉을 하게 됐는데, 돈은 원하는 대로 줄테니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라고 설득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감독은 해태 지휘봉을 잡고 있었고, 호세는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막 지난 30대 중반의 나이에 한국 무대를 노크하게 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트라이아웃이 열리던 전날, 해태보다 지명순서가 앞이었던 롯데 구단 관계자들이 김 감독을 찾아와 양해를 구하더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롯데 단장, 감독이 와서 자기네가 뽑을테니 양해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내가 호세보고 오라고 한 것은 맞지만, 규칙상 순서대로 지명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내가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알아서 하라'고 말해주고는 우리는 다른 선수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전성기를 지난 선수라 한국에서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지인들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줘 설득에 나선 것이었다"며 "당시 내가 한창 나이였는데, (해태)구단에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호세한테 먼저 이야기를 꺼내 오라고 했다"며 껄껄 웃었다.

당시 해태는 재정난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뽑는데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던 시절이었다. 김 감독은 "어차피 구단에서 뽑기는 힘들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호세는 세인트루이스 시절인 91년 올스타에 뽑히는 등 한때 3할대 타율을 올리던 메이저리그 강타자였다. 국내에서는 99년과 2001년, 2006~2007년 등 총 4시즌 활약하는 동안 타율 3할9리에 95홈런, 314타점을 올렸다. 김 감독은 "트라이아웃때 호세는 다른 선수들처럼 던지고 치고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다. 그늘에 앉아서 보기만 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이니까 자존심도 있고 하니 그랬던 것 같다"며 "하여튼 내가 본 역대 최고 용병 타자였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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