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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잠수함 이재곤, 친구 양현종과 맞대결 아직은?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6-11 09:32 | 최종수정 2013-06-11 09:32


퍄죽의 5연승을 달리고 있는 LG와 스윕 위기에 몰린 롯데가 9일 잠실 야구장에서 다시 만났다. 롯데 이재곤이 선발 등판 LG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하고 있다. 스윕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하기 위해 나선 이재곤은 1회 1실점을 했지만 이후 무실점으로 호투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6.09/

롯데 자이언츠 사이드암스로 이재곤(25)은 올초 스프링캠프에서 건진 최고의 수확물이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훈련 때만 해도 이재곤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그랬는데 올초 사이판과 가고시마 캠프에서 이재곤이 기대 이상의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선발 로테이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곤은 아주 매력적인 카드다. 2007년 롯데가 1차지명으로 찍었다.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다. 당시 김광현(SK) 양현종(KIA) 임태훈 이용찬(이상 두산) 등과 함께 했다. 입단 이후 바로 군복무(경찰청)를 했고, 돌아온 첫 해 2010년 8승을 올리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1m91의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140㎞ 후반대의 힘있고 빠른 직구,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싱커를 던졌다.

하지만 이재곤은 선발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불펜에서 대기하다 2군으로 추락했다. 그에게 기회가 온 건 선발 로테이션의 4번과 5번이 흔들리면서 부터였다. 롯데는 선발 1~3번은 안정돼 있다. 송승준 옥스프링 유먼이 차례를 지켜준다. 하지만 나머지 두 자리는 유동적이다. 처음 고원준 김승회에게 맡겼지만 신통치 않았다. 고원준은 2군으로 내려갔다고 최근 다시 올라왔지만 여전히 믿음을 주지 못한다. 김승회는 불펜으로 이동했다. 김수완이 버텨주다가 자리를 못잡고 2군으로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곤이 가장 잘 버텨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두산전에서 6⅓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따냈다. 지난 4일 KIA전에선 6⅓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실점이 많았지만 수비 실책이 나오면서 위기를 맞았다. 공의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9일 LG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최근 3경기 선발 등판에서 2승1패다.

이재곤은 88년 동기생인 KIA 양현종과 아주 가깝게 지낸다. 서로 선발 등판일 오전에 '컨디션은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다. 또 등판 결과에 따라 축하와 위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양현종은 현재 KIA의 좌완 에이스다. 7승(1패)으로 다승 공동 선두다. 2009년 12승, 2010년 16승으로 이미 두 차례나 10승 고지를 밟았다.

이재곤은 "현종이와 선발 맞대결을 얘기해본 적은 없다. 아직 내가 현종이 만큼 되지 않는다"면서 "서로 잘 하자. 우리는 잘 될 거야라는 얘기만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재곤도 충분히 선발 10승을 할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혼란에 빠졌었다. 2011년 커브를 새롭게 익히다가 주무기인 싱커의 위력까지 잃어버렸다. 간혹 새로운 구종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공에 자신감을 잃으면서 이재곤은 타자와 정면 승부 대신 자꾸 피해가려고 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요즘 이재곤은 매우 공격적인 투수가 됐다. 정민태 롯데 투수코치가 그걸 주문한다. 또 포수 강민호가 공격적으로 사인을 낸다. 실투를 해 공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더라도 계속 던지게 한다.

이재곤에게 시즌 10승이 목표냐고 물었다. 그는 "승수나 보여지는 기록에 대해선 생각을 안 한다. 내 목표는 한 게임을 후회없이 던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고 말했다. 이재곤의 웃을 때 보이는 치아 교정기가 강렬한 햇빛에 반짝 반짝 빛났다. 이재곤의 치아가 제자리를 잡아가듯 그가 맡을 역할도 가득이 잡혀가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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