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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식상한 4강 구도, 과연 올해는 깨질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6-10 15:00 | 최종수정 2013-06-10 15:01


'식상한 4강 구도, 과연 올해는 깨질까?'

9일까지 팀당 50경기 내외씩 소화했다. LG와 두산이 가장 많은 53경기, 그리고 SK가 가장 적은 49경기를 치렀다. 2주 후 주말이 되면 벌써 시즌 반환점을 돌게 된다.

그런데 순위표를 보면 예년과 달리 조금은 낯설다. 넥센이 디펜딩 챔피언 삼성과 10일 현재 32승1무18패로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가 하면, LG가 3위에 올라 있다. 반면 두산과 SK가 각각 6위와 7위에 처져 있다. 넥센은 지난 2008년 창단 후 지난해까지 5년간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LG 역시 2002년 이후 10년 이상 '가을야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두산과 SK는 4강 '단골멤버'이다. 최근 5년간만 따져봐도 SK는 5년 연속, 그리고 두산은 4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오른 대표적인 강팀들이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매년 관중 신기록을 수립하며 계속 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SK 삼성 두산 롯데 KIA 등 5개팀 가운데 4팀이 번갈아 4강을 차지, 서서히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상함마저 제기됐다. 강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하위팀들이 좀처럼 이런 구도를 깨지 못하는 답답함이 담겨 있었다. 프로야구에도 '갑을관계'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수년간 지속된 기존 틀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물론 아직 절반 이상의 시즌이 남아 있지만, 넥센과 LG의 역주가 반짝 상승세가 아니라는 증거를 적잖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의 데자뷰?

시즌 중반의 구도가 반드시 끝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포스트시즌과는 분명 다른 길고 긴 페넌트레이스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일단 5개팀이 4강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의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50경기 내외를 치른 시점에서 4강 구도 가운데 평균 3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75%의 높은 확률이다.


2008년의 경우 SK 두산 롯데 삼성 등 4개팀이 50경기를 치른 시점부터 시즌 막판까지 그대로 4강에 들며 100% 일치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75%였다. 2009년에는 삼성, 2010년에는 KIA, 2011년에는 LG 등 매년 1개팀씩이 시즌 중반까지의 4강 구도를 지켜내지 못하고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가장 변화가 심했던 시즌은 지난해이다. 50경기씩 치른 시점에서 SK LG 넥센 롯데가 4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이 가운데 넥센과 LG가 떨어져 나가고 그 자리에 삼성과 두산이 다시 이름을 올렸다.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았다. 공교롭게 올해도 넥센과 LG가 4강을 달리고 있다. 두 팀으로선 2년 연속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에다, 이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란은 성공할까?

지난해 50경기씩 치른 시점에서 LG와 넥센은 SK에 이어 공동 2위를 달리고 있었다. SK와의 승차도 1.5경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LG는 이후 6연패와 7연패를 연속 경험하며 이미 전반기에 7위까지 주저앉았다. 넥센은 전반기를 3위로 끝마치며 일을 내는듯 보였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후 충격의 5연패와 3연패를 연달아 당하며 6위로 떨어진 후 그대로 시즌을 끝마쳐야 했다. 결국 어법에도 맞지 않은 'DTD'(떨어질 팀은 반드시 떨어진다)라는 야구팬들의 조롱을 떨쳐내지 못했다.

일단 올 시즌 '반란 주도자'는 넥센이다. 9개팀 가운데 가장 먼저 20승, 30승 고지에 올랐다. 구단 창단 후 처음이다. 역대로 30승을 가장 먼저 차지한 팀 가운데 포스트시즌에 못 오른 팀은 2011년 LG가 유일할 정도로, 이는 4강 이정표로 불린다.

게다가 넥센은 올 시즌 2연패가 최다일 정도로 좀처럼 연속해서 지지 않는다. 전력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염경엽 감독도 연승에 대한 강조보다는 연패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불안 요소는 있다. 김민우가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9일 KIA전에서 올 시즌 최다인 5개의 실책을 하며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과연 이 여파가 팀 분위기를 해칠지, 아니면 오히려 정신 재무장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LG는 팀워크가 상당히 끈끈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전과 같으면 시즌 초중반까지 상위권을 달리다 한번 처지면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7위까지 처졌지만 5연승과 4연승을 번갈아 하며 3위로 다시 올랐다. 주장 이병규를 중심으로 구심점이 만들어졌고,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 등 그동안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선수들이 비로소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세대 교체를 주도하고 있다.

어쨌든 두 팀의 선전은 강팀들에겐 자극을, 약팀들에겐 희망을 주고 있다. 또 다소 정체됐던 한국 프로야구라는 콘텐츠에 새로운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넥센과 LG의 약진 덕분인지 지난해와 비교해 30% 가까이 줄어들었던 관중수는 점차 늘고 있다. 9일 현재까지 지난해 같은 경기수 대비 관중수 감소폭은 -12%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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