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포 4인방, 그들의 홈런이 보고 싶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6-02 11:27


한화 김태균은 지난 4월18일 대전 NC전이후 홈런을 치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은 타격감은 괜찮은 편이지만, 장타 감각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그들의 홈런이 보고 싶다.

지난 2010년 롯데 이대호는 9경기 연속 아치를 그리며 연속 경기 홈런 세계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런데 그해 이대호는 5월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홈런포를 쏘아올리지 못한 적이 있다. 홈런타자의 장타 감각은 일반적인 타격감과 마찬가지로 사이클을 타게 마련이다. 몰아치는 기간이 있는가 하면 장기간 침묵하는 경우도 많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홈런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타격과 마찬가지로 홈런도 슬럼프가 장기화될 경우 팀이나 개인에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홈런타자가 장기간 홈런을 치지 못하면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다. 팀 입장에서도 중심타자의 홈런 한 방이 간절할 때 침묵하면 상실감마저 든다.

한화 김태균은 지난 4월18일 대전 NC전에서 홈런 두 방을 때린 뒤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1일 대전 NC전까지 무려 44일 동안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김태균이 데뷔 이후 이처럼 오랜 기간 홈런을 치지 못한 적은 없었다.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두 번이나 기록했고, 통산 207개의 아치를 그린 김태균이다. 그렇다고 타격감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이날 현재 타율 3할1푼5리를 기록하며 팀내 타격 1위이자 전체 10위에 올라 있다. 문제는 홈런이 터지지 않음에 따라 타율에 비해 타점이 적다는 사실이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23개의 타점을 올렸지만, 전체 순위에서는 17위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김태균은 타율 4할2푼5리, 5홈런, 31타점을 기록했다. 대전구장의 펜스가 멀어져 홈런치기가 어려워진 것도 침묵의 이유다.

KIA 최희섭도 홈런을 친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지난달 4일 목동 넥센전에서 시즌 7,8호 홈런을 연거푸 터뜨린 뒤 소식이 끊겼다. 홈런 선두 경쟁을 펼쳤던 최희섭은 현재 SK 최 정, 넥센 이성열 등에 밀려난 상황이다. 이후 1일 LG전까지 최희섭은 19경기에서 타율 2할3리에 홈런없이 타점 3개에 그쳤다. 타격감도 덩달아 떨어진 형국이다. 최희섭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KIA의 득점력도 크게 저하됐다. 같은 기간 KIA는 9개팀중 가장 적은 게임당 3.75득점에 그쳤다. 최희섭이 부진에 빠진 것은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구안이 떨어지면서 유인구에 배트가 쉽게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넥센 박병호도 지난달 5일 목동 KIA전에서 두 개의 아치를 그린 뒤 침묵중이다. 이후 1일 잠실 두산전까지 27일, 18경기 동안 타율 2할9푼에 7타점을 기록했다. 최희섭보다는 그래도 타격감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창원 NC전서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허벅지 타박상을 입어 최근 컨디션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홈런포가 잠잠한 상황에서 악재가 겹친 셈이다. 이에 대해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가 홈런을 못쳐도 전혀 걱정 안한다. 너무 잘 하려고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박병호의 타격이 살아나야 넥센은 타선 전체에 무게감이 실린다.

삼성 이승엽도 좀처럼 장타를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이승엽이 마지막으로 홈런을 날린 것은 지난달 11일 포항 KIA전이다. 김태균과 마찬가지로 시즌 홈런수가 3개에서 멈춘 지 꽤 오래됐다. 1일 대구 롯데전까지 이후 16경기에서 타율 2할8푼1리, 타점 9개를 기록했다. 이승엽의 홈런수가 부쩍 준 것은 마인드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지난해 일본에서 복귀한 이후 홈런보다는 정확히 맞히는 타격으로 일관하고 있다. 찬스에서는 좀더 집중력을 발휘해 안타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삼성 입장에서는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 아쉬울 때가 있다.

올시즌 들어 홈런 부문 세대교체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홈런 타자들의 출현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기존 홈런 타자들의 동반 침체는 경기력이나 흥행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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