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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95마일(약 153㎞), 괴물은 9회에도 지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150㎞대의 공을 뿌렸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을까.
단순한 완봉승이 아니었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 최고 구속은 95마일이 찍혔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고 구속이다. 종전엔 94마일(약 151㎞)까지 나오던 구속을 좀 더 끌어올렸다.
95마일은 경기가 종반으로 치달은 8회 나왔다. 8회초 선두타자 하위 켄드릭을 만나 95마일짜리 직구를 두 차례 던졌다. 모두 파울.
사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시부터 직구 구위에 대해 우려를 샀다. 당장이라도 통할 만한 체인지업을 갖고 있지만, 평범한 직구 구속으로는 강타자들이 즐비한 빅리그에서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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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에도 떨어지지 않는 직구의 비밀은 무엇일까. 류현진 본인은 그저 "오늘은 정말 몸상태가 좋았다. 그래서 구속이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만 말했다.
컨디션 올라오는 류현진, 안방서 더 힘 나네!
일단 직구 구속이 올라온 부분은 날씨가 더워지면서 어깨가 완전히 풀린 측면이 가장 크다. 투수는 시즌 초반보다 경기를 치를수록 페이스가 올라오게 마련이다. 보통 다소 쌀쌀할 수 있는 4월보다는 쾌적한 날씨를 보이는 5~6월에 좋은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무더위가 계속 되는 7~8월에 펄펄 나는 투수들도 많다.
류현진의 말대로, 몸상태가 좋았던 것도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다. 류현진은 직전 등판이었던 23일 밀워키와의 원정경기 때 최고 구속이 92마일(약 148㎞)에 그쳤다. 18일 애틀랜타전 등판 이후 5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잇따른 원정경기 역시 부담일 수 있다.
이날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안방', 다저스타디움이었다. 류현진은 올시즌 홈 5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1.57을 기록했다. 원정 6경기서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보면, 홈에서 압도적으로 강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류현진은 23일 등판 이후 5일 휴식을 취하고 6일째에 등판했다. 컨디션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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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류현진이 9회에도 94마일짜리 직구를 뿌릴 수 있던 건 '완급조절' 영향이 가장 크다. 마음만 먹으면 던질 수 있는 공을 체력 안배를 위해 아끼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은 선발투수다. 경기 도중에도 체력을 고르게 분배해야 한다.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때를 알고, 강약조절을 한다. 국내에 있을 때부터 괴물같은 이닝 소화력을 보인 것도 이 완급조절 능력 덕분이다.
90마일 가량의 직구를 던지다가도 승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싶으면 93~94마일까지 구속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 완급조절로 볼 수 있다. 이런 패턴이 계속 되다 6회부터는 직구 비율이 줄기 시작했다. 5회까지 공 개수를 봤을 때, 6~7회를 잘 넘겼을 때 완투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직구 비율이 줄면서 스피드도 떨어졌다. 상대 습성을 이용해 변화구 위주로 영리하게 던졌다. 6회와 7회, 투구수를 각각 8개와 7개로 아낄 수 있었던 비결이다.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하기 시작한 8회부터는 다시 직구 비율이 높아졌다. 그냥 비율만 높인 게 아니었다.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8회부터 스피드건에 94~95마일을 찍었다.
평소 장난기 넘치는 류현진은 마운드에선 남다른 승부욕을 과시한다. 이날 경기 후 류현진은 "7회 이후부터는 투구수가 많지 않아 완봉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8회와 9회 선보인 150㎞대 강속구는 타고난 '승부욕'에서 나온 게 아닐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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